[the300]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인터뷰, "군, 폐쇄성 열어야 산다"

"군의 '셀프개혁'은 실패했다. 이제는 군의 폐쇄성을 열어야 한다."
23년간 군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한 장성 출신의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남 김해시갑)의 말이다.
민 의원은 국회에서 손꼽히는 군사법 관련 전문가이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윤 일병 사건 등 최근 군 관련 사건사고를 한발 떨어져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다.
그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군 사법체계 개혁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2005년 군 사법파동이 일어났을 때 군 사법제도를 다 만들어놨죠. 그런데 당시 군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좌절됐습니다. 또 정권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됐고요. 이번이 군사법체계 개선과 군내 병영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민의원은 1985년 군에 들어가 군검찰관, 군판사, 육군 고등검찰부장(현 법무실 검찰부장) 등을 거쳐 2006년 현역 가운데 가장 높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냈다. 199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241GP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김훈 중위 사건을 계기로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재조사를 최초로 제안해 진두지휘했다. 이는 훗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 이어졌다.·
민 의원은 군의 지휘권과 병영문화관리권을 분리해 후자는 민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사단에 소속돼 있는 군사법원과 군검찰을 국방부로 일원화하고, 헌병의 초동수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령급인 군검찰단 총수(육군본부 고등검찰부장, 국방부 검찰단장)를 육군본부 범죄수사실장과 같은 장군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영관장교와 장군은 "칸막이가 다른 설국열차의 앞칸과 뒷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는 경찰총장이 검찰총장보다 높은 격이다.
다음은 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참여정부 때 군 사법개혁 다 마련했지만…군 반발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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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도 군 사법개혁안이 나왔었다.
▶2004년 장군 인사 비리 등을 수사했고 이듬해 군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노무현 정권 때였고 당시 (개혁적) 군 사법제도를 다 만들었는데 군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좌절됐다. 저는 당시 대령이고 장군이었는데 그때 군 내의 의견과 국회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남재준 당시 육군참모총장과도 많이 다퉜다. 군 내에서는 '나쁜 놈', 국회에서는 '네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그런데 당시 소령급 소장파 검찰관들과 저의 견해는 조금 차이가 있긴 했다. 소장파 검찰관들은 바로 개혁하자고 했다. 저는 군의 입장과 사법체계를 조율해 군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군사법원폐지법률안과 군사법원조직 등에 관한 법률, 검찰조직 등에 관한 법률 등을 다 논의했다. 조문화 작업도 하고 진두지휘하면서 안을 만들어 올렸다. 그때 국방부에서 오케이해서 (법안을) 냈는데 결과적으로 군 장성(보병)들이 들고 일어나서 좌절됐다. 또 정권이 바뀌니까 유야무야 돼버렸다. 참 기회가 좋았는데 아쉽다.
-군의 반발이 왜 그렇게 거셌나.
▶1948년 국군경비대 창설부터 우리 군은 70년간 여러가지 변화를 많이 겪었다. 창설초기에 전쟁도 했고 60년대 초반에는 군사쿠데타도 했고 70~80년대에는 군사정권 창출도 해봤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 국군의 성격이 굉장히 특이하다. 나름대로 군이 국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말라, 우리가 알아서 할거다'라는 생각이 특히 보병 장군들의 뇌리 속에 꽉 박혀 있다.
2005년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인분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한 사건, 같은해 김동민 일병 총기난사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병영문화 혁신과 관련해 처음으로 병영문화 개선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대여섯번 나왔다. 이번 윤일병 사건 때문에 결정적으로 터진 것이다. 이번이 군사법체계 개선과 군내 병영문화 혁신의 마지막 기회다.
-최근 군 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는.
▶옛날에는 가정과 학교 교육이 잘 돼있었지 않나. 그러나 지금은 장정들이 군에 들어와서 조직생활을 처음 해본다. 가정생활에서도 공부 잘해라는 것만 가르치고 단체생활을 가르치진 않는다. 학교에서도 입시위주 공부를 하다보니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교육은 잘 안시킨다. 그러다 턱 군에 들어와서 보니까 자기를 죽이고 타인을 위해 활동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갈등을 느끼는 것 같다.
또 80년대~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해 군에 들어올 수 있는 장정수가 50만명이었다. 50만 중에 25만 고르려면 정말 좋은 사람을 고를 수 있다. 그때는 4급도 방위병 보내고 군에 못갔다. 그런데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다보니 2000년대 들어 군에 들어올 수 있는 모집단이 30만명밖에 안된다. 이 중에서 25만명이 고르니 제대로 검증 안된 사람들이 들어온데다 단체생활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규율이 안 서는 것이다. 이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래도 모병제 논의는 이르고, 군은 유지해야 하는데 해결책이 있나.
▶이건 군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의 도움이 있어야 이 아이의 특성을 잘 알잖나. 2005년 사고가 빈발한 전방사단에만 민간 전문상담관이 50명 정도 편성돼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작년 대정부질문 때 보니까 그게 오히려 유야무야되고 활용하지 못했다. 이번에 군이 발표(13일)한 '병영문화 혁신안' 보니까 이 대책이 또 나와있다.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하지 못했다.
제가 근무할 때도 선진병영문화 정착이라는 육군의 계획도 세우고, 군인복무규율도 전면개정했다. 지금 군인복무규율 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데 사실 군인복무규율에 다 들어가 있는 내용이다. 언어를 순화하고, 병 상호 간 사적 제재 금지하고 명령지휘 체계가 아니고. 그런데 하나도 실천이 안되고 정착이 안돼 있다. 여러가지 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미봉책으로 그때그때 감찰이나 하고 그랬다. 국방부장관이나 참모총장 한 사람이 책임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데 민간이 참여하는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 군 옴부즈만 제도는 참 좋은 제도인데도 국방부가 거절을 해버렸다.
이제 군이 폐쇄성을 열고 병영생활 관련은 일반 사회에 열어줘야 한다. 군지휘권에 대해선 지휘관에게 철저하게 보장해주고, 병영문화는 사회와 같이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군이 일종의 셀프개혁을 했지만 안됐잖나. 이제는 아 우리 스스로 해보니 안되는 구나. 사회와 같이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가 발표한 혁신안 보니까 또다시 자기들이 해결하겠다고 한다. 19가지 과제를 내놨지만 사실 옛날부터 다 해왔던 것이다. 해왔던 것을 반복하는 것 갖고는 안된다. 병영문화를 병사들 위주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힘을 합쳐서 같이 해야 한다.

◇군사법개혁, 이렇게 해야.. 헌병 초동수사 역량 강화·군사법원 국방부로 일원화
-확인조치권, 심판관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87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군사법원 명칭과 군판사 구성·자격요건 등을 많이 바꿨다. 군법회의 시절에는 모든 판결에 대해 지휘관이 확인했지만 87년 이후에는 실형이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만 관할관(지휘관)이 확인하고,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는 확인 안하고 바로 판결을 인정해왔다. 형량도 과거에는 징역 5년이 선고돼도 관할관이 집행을 면제할 수도 있었는데 87년부터는 감경권도 제한했다. 형량의 2분의 1이하는 감경하지 못하고 형량을 감경할 때도 형법에 있는 참작사유에 따라 하도록 하는 등 상당히 제한했다. 따라서 확인조치권은 87년 이후에는 그렇게 남용되지 않았다.
다만 3인 재판에 심판관으로 참여하는 보병(중령·대령)들이 군법무관(대위·소령)보다 계급이 높다보니 재판장을 한다. 극히 이례적이지만 재판부가 합의할 때 심판관이 군법무관들의 의견을 잘 안들을 수가 있다. 이때 지휘관의 의견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헌병이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실 헌병 수사관들의 기능을 개혁해야 한다. 지금 군헌병은 작전기능(경호·교통정리)과 수사기능이 통합돼 있다. 그래서 제가 법무감할 때도 헌병감이 작전헌병과 수사헌병으로 나누고, 수사헌병은 경찰처럼 각 지역별로 배치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수사기능을 전문화해야 한다. 그리고 헌병은 기본적으로 지휘관 편이다. 사단장 밑에 단위 부대장으로 소속돼 있기 때문에 둘의 진급문제가 걸려있다. 사관학교 출신 선후배니까 일종의 '공범의식'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군 사법체계를 국방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군사법원은 지금 육군의 경우 각 사단별로 관할관 밑에 50개가 설치돼 있다. 군법무관들은 육해공군 다 통합해서 530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할 수 있다. 국방부 소속으로 고등군사법원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권역별로 나눠서 지역군사법원 5개를 만들자. 군판사들을 어느 군 소속이 아닌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해야 육군총장으로부터 독립되는 것이다. 지금 군검찰·군판사들은 임명은 국방부장관이 하는데 소속은 각군으로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모총장이나 지휘관이 지시를 하면 그걸 무시하지 못한다.
군에서는 군 사법개혁을 해버리면 지휘권을 강력히 침해하고 군 지휘를 못하게 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평시에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군사법원을 운영하고 전시에는 현행대로 각 사단에 두고 운영하는 것이 맞다. 전시에는 지휘권을 철저히 보장해줘야 한다. 군무이탈·상관폭행과 같이 군대에서만 저지를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순정군사범과 같은 경우엔 재판부가 지휘관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하는 등 절차를 만들어줄 수 있다. 이렇게 군지휘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주면 군의 의견도 반영하고 인권도 보장하면서 재판절차도 담보할 수 있다.
군사법원을 완전히 폐지하자는 것은 헌법개정 사유라고 본다. 헌법 27조엔 군인 또는 군무원은 군사재판을 받도록 돼 있다. 현재로서는 헌법적 근거가 있어서 신중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군검찰도 독립돼야 한다. 각 군 소속이 아니라 국방부 소속으로 독자적 수사·지휘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줘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군검찰단의 총수인 육군본부 고등검찰부장, 국방부 검찰단장(현 공군 대령)을 대령이 하고 있다. 그런데 육군본부 범죄수사실장은 원스타,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투스타 장군들이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처럼 헌병이 초동수사를 잘못하거나 누락하면 군검찰이 수사를 하는 헌병에게 강력하게 명령을 못한다. 군대는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 공군 대령이 어떻게 육군 소장을 통제하겠나.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국방부 검찰단장이나 육군 검찰단장을 반드시 장군에 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스타든 투스타든 장군끼리는 말이 통하지만 영관장교와 장군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칸막이가 다르다. 설국열차의 앞칸과 뒷칸이다. 군 사법제도 개혁을 할 때 이것을 반드시 해야 두 기관이 견제가 된다. 누가 잘못하면 바로 감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을 못하고 있다 군검찰은 위에만 쳐다본다. 그런데 국방부장관과 참모총장은 누구 편인가. 이들은 헌병과 이해관계가 같다. 서로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입장이 안된다. 이것을 바꿔야 한다.
◇"윤 일병 사건, 군검찰관 최초 기소는 옳아"
-윤 일병 사건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군 법무관들은 다 사법연수원 졸업하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다른 검사나 판사들만큼 능력이나 자질이 똑같다. 오히려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이 군에 선발돼 들어온다. 모 매체에서는 이번에 28사단 검찰관이 나이가 어리고 실력이 없다고 해놨던데 굉장한 명예훼손이다. 경험이 없는 것은 맞다. 연수원 수료하고 군검찰관으로서 첫 수사를 하고 실질적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법률적 판단을 잘못한다거나 실력이 없다는 것은 군법관에 대한 매도, 그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제가 볼 때는 이번 윤 일병에 대해선 군검찰관이 헌병 수사기록을 보고 피의자 참고인을 불러서 조사를 해본 결과, 법리적 판단(상해치사)은 옳았다고 본다. 미필적 고의를 판단함에 있어서 이 사람이 죽으려고 하니까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조치를 했으면 '아 살인은 아니었겠구나' 판단해서 상해치사로 기소했을 것이다.
법리적 측면에 대해선 법조인들에게 물어봐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까 없을까 굉장히 반론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저도 법원의 판단이 굉장히 궁금하다. 여론은 그렇게 악랄하게 가혹행위를 오랫동안 했는데 왜 살인죄가 아니냐고 말할 수는 있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형법 규정을 통해 법무관이 굉장히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행위 행태를 봤을 때 넘어지니까 호흡이 정지되니까 심폐소생술도 하고 병원에도 옮겼다면 이건 '죽어도 좋다, 죽이겠다'는 의사를 과연 인정할 수 있겠느냐. 살리려고 노력했으니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살리려고 노력 안하고 방치했다면 당연히 살인죄가 된다.
-심폐소생술을 한 게 아니고 발로 밟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한 새로운 증거들이 나타나고 그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게 인정되면 당연히 공소장은 살인죄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4월6일에 사건이 발생하고, 이게 언론에 의해 두달 후에 발표된 것 자체가 어찌보면 최초 군에서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상적 절차에 의해 헌병도 검찰도 수사한 것일 수 있다.
◇모병제는 아직 시기상조…예산·사회적 공감대 확보가 우선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모병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이 있고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전체 국가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병제로 가면 예산이 엄청나게 많이 투입돼야 한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국내 사건사고는 줄어들테지만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이 모병제로 가면 상당한 사회적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솔직히 힘 없고 어려운 사람들만 지원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돈 많고 힘 있는 집 자제들은 지원 안할 것 아니냐는 점이다. 모병제로 와서 봉급을 월등히 많이 주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그러면 오히려 병력의 질도 저하되고 군인 간 일체감도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