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④] 한국 로봇, 1등 전략만이 살길

[로봇기술④] 한국 로봇, 1등 전략만이 살길

테크앤비욘드 편집
2014.08.3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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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국가차원 융합네트워크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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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동차·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공상과학(SF) 영화는 우리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로봇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현실은 어떠한가. 이제 로봇은 오랜 기간 공장의 기계에서 벗어나 청소 로봇, 춤추는 로봇 등의 형태로 우리와 친숙해지고 있다. 재활 로봇이나 근력 보조 로봇 등은 입는 형태로 우리의 신체와 접촉하고 있고, 인공장기·의수·의족 등은 아예 신체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일상에서는 무인 차, 무인 비행기, 무인 트랙터, 안내 로봇, 수술 로봇, 교육 로봇, 농업 로봇 등의 모습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말 해외로부터 용접용 로봇 도입 이후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제조용 로봇 중심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와 개인 및 전문 서비스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04년부터 본격 이루어졌다. 당시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사업에 지능형 로봇이 포함된 것이 계기였다.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제정돼 제1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2009~2013)에 이어 올해 제2차 기본계획(2014~2018)이 수립됐다.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약 133억 달러(2013년 국제로봇협회 통계) 수준이다. 제조용 65%, 전문서비스용 25%, 개인서비스용 10%로 구성된다. 이는 대기업의 1개 사업부 매출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한국은 약 2조원 규모로, 주로 제조용 로봇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 규모는 작지만 제조용 로봇 분야는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서비스용으로는 수술 로봇, 착유 로봇(Milking Robot), 군사 로봇, 물류 로봇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인서비스용은 청소 로봇, 교육 로봇 등이다. 전 세계에서 400여 종의 로봇이 개발되었지만 실제 상품으로 시장을 형성한 로봇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로봇산업은 PC, 인터넷과 견주는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의 경제 효과는 10년 후 1조 7000억~4조 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기술은 보통 태동, 확산, 시장 폭발 단계를 거치는데 로봇은 현재 확산 초기 단계에 들어서 있다. 로봇산업은 또 다른 산업에 도움을 주는 산업, 즉 메타산업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의 자동주차 기능, 농기계 무인 운전, 해양플랜트의 건설 및 유지 보수 필수 요소인 수중 로봇, 복강경 수술을 발전시킨 수술 로봇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로봇 기술을 이용한 제품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동차·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서비스로봇, 유럽·일본은 제조로봇

미국의 국방력은 로봇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 일본과 유럽에 자리를 내준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서비스 로봇을 통해 로봇산업의 강자로 복귀했다. 제조용 로봇 이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수술 로봇, 청소 로봇, 재활 로봇, 무인차 등은 모두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연구개발(R&D)의 성과물이다. 최근 DARPA는 DRC(DARPA Robotics Challenge) 프로그램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조치를 취할 수 로봇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로봇 기술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제조업 해외 이전에 따른 중산층 몰락, 빈부 격차 심화, 일자리 부족, 연구·생산의 분리에 의한 기술 혁신 저조 등 많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에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맞물려 제조업 본국 회귀(Reshoring)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인건비가 문제였다. 이의 해결책으로 제조용 로봇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럽은 제조용 로봇에 28억 유로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유럽 권역의 제조업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0%로 유지하는 정책 달성을 위해서는 인건비 경쟁보다 로봇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로봇시장이 2020년에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현재 35%의 시장점유율을 42%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유럽은 제조용 로봇에서 축적된 기술이 전 산업 분야에 파급되면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민관 협력 기구인 SPARC를 구성, 강력한 로봇산업 추진 체계를 구축하였다.

일본은 대형 R&D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내 구난활동 로봇(2012년),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간병 로봇(2013년), 50~60년 이상 노후된 사회 인프라(도로, 항만, 댐, 터널 등) 안전검사용 로봇(2014년) 개발 등이다. 최근 아베 신조 정권은 로봇혁명실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로봇 기술을 통한 산업 및 사회 전반의 기술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쿄올림픽과 함께 로봇올림픽을 개최할 계획도 세웠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이라는 전략 아래 제조 생산을 늘려왔으나 인건비의 지속 상승에 의한 원가경쟁력 약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 젊은 층의 현장 기피로 인력난을 맞자 제조용 로봇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6월의 상하이 로봇전시회에서는 중국 제조용 로봇 회사 20여 개가 참여했다. 한국 로봇 기업의 7배를 넘는 규모다. 불과 1~2년 사이 중국의 로봇에 대한 관심과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이른 시간 내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제조용 로봇 시장이 되는 동시에 로봇 생산 강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프랑스(France robots initiatives), 영국(RAS 2020)도 각각 3월과 7월에 로봇 전략을 발표하는 등 국제 차원의 로봇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 시작된 느낌이다. 그동안 관망해 오던 국가들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편 기업 중심 및 원천기술 중심 투자 방향에 따라 기업 및 대학의 참여 비중이 증가하였고, 특히 중소기업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부 투자로 국제 경기 침체의 여파에도 국내 로봇 시장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법·제도, 기관 등 기본 인프라는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방형 로봇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자동차·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동차·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로봇이 없는 생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2014년 제2차 로봇산업정책협의회에서 발표된 제2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은 1차 계획 추진 결과를 분석하고 개선한 12개 정책 과제를 담고 있다. 가장 큰 그림은 선택과 집중으로 R&D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제 선도형 대형 R&D 과제를 추진한다. 그동안 개별 로봇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는 R&D 사업화 성과는 파급 효과 면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경험을 얻었다. 이제부터는 앞으로 예상되는 시장의 크기와 시기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투자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각종 재해 및 안전사고 대응이나 인류가 처음으로 맞게 되는 고령화 시대의 사회 문제 해결 등 대형 주제 중심으로 R&D 과제가 발굴될 전망이다.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로봇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개발자의 기술 관점보다는 사용자 측면의 수요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과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요자 주도로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과제 기획을 전담할 조직을 신설·운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자유공모 형태의 과제를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 인력을 유인하기 위한 과제도 운영할 것이다. DARPA의 성공 사례로 확산되고 있는 경진대회 형식의 과제도 신설된다.다양화된 과제로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중간 평가도 강화된다. 문제가 예상되는 과제는 사전에 중단하도록 하는 컷다운(Cut-down)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세계 로봇시장 규모(매출액)
세계 로봇시장 규모(매출액)

부품(SW)·서비스 분야의 R&D도 강화한다. 로봇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을 기술-부품-제품-서비스로 보았을 때 취약한 부품과 서비스 분야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부품은 로봇 재료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 기술은 로봇이 활용되는 분야와 연관된 기술로, 각 분야의 핵심 및 첨단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제조서비스에서는 최근 경량화·소형화 추세에 따른 관련 기술 개발, 물류 서비스에서는 아직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는 운송·하역 등에 필요한 로봇 기술 개발이 각각 시급하다.

두 번째 큰 그림은 로봇 수요의 전 산업 확대다. 로봇 기술의 타 제조·서비스 분야 확산과 제조, 의료·재활, 문화 등 7대 로봇 융합 유망 분야에 분야별로 차별화한 로봇 경영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의료·재활의 경우 의료계, 재활산업계, 로봇산업계, 식약청 등 이종업종 간 융합이 추진된다. 수요·공급 부처가 공동 참여하는 범부처 협력 R&D를 추진하는 것도 떠오르는 방안이다.

로봇 보급 사업의 전략 활용도 진행된다. 성과가 명확한 로봇 보급 사업을 더욱 강화하여 현재 추진하고 있는 R&D 과제 결과물을 시장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하거나 로봇랜드, 평창동계올림픽 등 수요처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 시장과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 번째 큰 그림은 개방형 로봇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이를 위해 수요 기업과 타 산업 주력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로봇 R&D 과제에 수요 기업 참여를 적극 추진하며, 교육·운송·공연 등 타 분야와의 로봇 융합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증·표준 국제화도 지나칠 수 없다. 수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ISO/IEC 등 국제 표준 제정에서 주도 역할을 할 것이다. 올해 제정된 IEC 청소 로봇 국제 표준은 한국이 주도하여 수출에 유리한 상황을 구축한 사례가 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로봇 전문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산업 현장에 필요한 로봇 인력을 지속 양성할 계획이며,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네 번째 큰 그림은 명실상부한 범국가 차원의 로봇 융합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위해 타 산업·분야와의 협업을 확대한다. 서비스 대기업, 벤처투자사, 외국 기관 등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일반인의 로봇 창업 아이디어도 적극 발굴해 추진할 예정이다. 로봇산업 협력 체계 내실화도 동반돼야 한다. 기존의 부처별로 수립되는 산발성 로봇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부처 간 중복을 제거하고 협력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기존의 로봇산업 정책협의회 체계를 보강하는 ‘로봇정책실무협의회’(가칭)가 실무 차원의 업무 조정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지역 거점 기관 역할을 재정립하는 작업도 있다. 지역 거점 로봇 지원 기관의 특성 차별화로 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로봇 지원 기관을 지역로봇융합센터로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제2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국제 경쟁에 나설 채비를 갖추었다. 거듭 강조하는 얘기지만 로봇은 산업 전 분야에 파급되는 메타기술로, 사회·국방·제조 등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파악돼야 한다. 로봇은 인간을 모델로 하는 기술로, 인간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전된 기술이 다양한 분야로 활용되어야 R&D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성 원천 기술 연구와 중단기성 상용화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하우’ 위주에서 ‘노홧(know-what)’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미미하던 기획 단계에 대전환이 될 수 있는 예산, 인력, 시간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농부, 의사, 소방관,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엔지니어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분야 간 소통을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창출될 수 있다. 로봇산업의 비상을 앞두고 산·학·연 관련 로봇 분야 종사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제한된 예산, 기술 인력, 기술 수준을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글=박현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로봇PD

박현섭 로봇PD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거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융합연구그룹 그룹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3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 로봇 PD로 임명돼 로봇분야의 R&D 기획과 정책자문 등을 담당하고 있다.

▶커버스토리 '로봇' 목차

;[로봇기술①] 글로벌 IT 기업들 미래 로봇시장을 잡아라

[로봇기술①-1] DARPA 로봇틱스 챌린지, 로봇 신기술과 혁신의 경연장

[로봇기술②] 사람을 이해하는 로봇, 가능할까

[로봇기술③] 상황과 환경 인지기술 어디까지 왔나

[로봇기술④] 한국 로봇, 1등 전략만이 살길

[로봇기술⑤] 한국 '로봇 강국' 향해 뛴다

[로봇기술⑥] 해외 로봇기업 대학·연구소 기반으로 독립회사 성장

[로봇기술⑥-1] 유럽 로봇기업, 프로젝트 결과 공개로 전체 연구 수준 높여

[로봇기술⑦] 영화와 소설 속 로봇, 파괴자vs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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