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마음의 혼란'…사람의 이름을 갖게 된 마음의 병들

뉴턴의 운동 법칙은 갈릴레오 등 다른 과학자가 먼저 발견했지만, 시조명(eponym, 명칭의 기원이 된 사람이나 사물)은 뉴턴의 몫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견에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일종의 현상을 ‘스티글러의 법칙’이라고 한다.
단순히 한 번의 목격 또는 관찰만으로 ‘명명’의 영광을 안겨주기엔 이 발견의 가치가 영속적이고 위대하기 때문이다. 명명은 집요한 관찰을 통해 새로운 현상임을 증명하고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노력에서 탄생하는 것임을 이 법칙은 확인시킨다.
스티글러의 법칙이 가장 많이 통용되는 분야가 의학이다. 이 책은 신경질환과 정신질환에 얹힌 시조명을 통해 그 이름(사람)이 보여준 의학적 노력과 성과, 그 명명으로 수많은 후대 의학자들이 더 세밀하고 깊은 연구로 다가갈 수 있었던 배경과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에 언급된 12개 정신질환 및 신경질환 시조명은 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활동했던 의사들에게서 나왔다. 지금처럼 의학 연구가 팀워크 단위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당시엔 개인의 영역에서 주로 다뤄졌기 때문. 현재 주류 시조명은 AIDS나 ADHD처럼 약어 명칭이 선호되고 있다.
19세기 처음 얻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의학 시조명은 ‘파킨슨병’ ‘잭슨 간질’ ‘투렛 증후군’ ‘알츠하이머병’ ‘아스페르거 증후군’ 등이다.
근육의 떨림과 경직 증상을 나타내는 ‘파킨슨병’은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시조명이다. 의사보다 고생물학자의 재능이 더 넘쳤던 파킨슨은 사실 파킨슨병에 대해 확고한 인식도 결론도 내지 못했다.
현대 의학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그의 저서 ‘진전 마비에 관한 수필’에서 그는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그 병은 너무나 심각하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어서 출간을 미룰 수 없었다”고 우유부단한 서문을 썼다. 그럼에도 그의 노력은 후대에 극찬을 받았다.
파킨슨병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그의 예리한 관찰과 관심으로 후대에 교과서처럼 읽힌 것이다. 두 세대가 지난 시점에서 의사 데이비드 매클러클런은 “아직도 이 분야의 최고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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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틱 장애로 알려진 ‘투렛 증후군’의 최초 발견자는 이타르지만, 시조명은 조르주 질 드 라 투렛 의사에게 돌아갔다. 그는 다른 운동 장애들로부터 운동 틱과 언어 틱이라는 특정 카테고리를 구별하려고 시도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시조명을 결정할 때는 늘 ‘최초의 발견’보다 ‘다양한 사례’를 우선시했다. 카프그라와 클레랑보 증후군은 수많은 사례를 발표한 이후에야 비로소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노인성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죽은 최초의 환자 아우구스테 데터만 있었다면, 알츠하이머 의사에게 시조명은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환자가 최초가 되기 위해 알츠하이머는 똑같은 임상적 증상을 보인 요한 파이글이라는 환자를 죽을 때까지 곁에서 지켜봤다.
책은 그러나 시조명을 얻기까지 옆에서 협력하고 지원해준 도우미와 최초 발견자들을 간과하지 않고, 시조명 주인공들의 발견도 결국 ‘재발견’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시조명은 영예임과 동시에 결투의 장”이라며 “과학적 증거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분류와 범주화라는 사안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묘책과 조작의 현장이라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음의 혼란=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400쪽/1만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