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와 겨룰 카테고리 킬러의 출현…성장 못하면 10억弗은 이자불어 부메랑
소셜커머스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유치하면서 이 자금을 모바일 전자상거래 전후방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이 제시한 '한국형 아마존' 사업모델에 크게 공감해 거액의 투자에 나섰고 이 거래는 모바일 커머스-금융결제-물류 배송 서비스로 이어지는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거래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10억 달러는 기존 김범석 쿠팡 대표와 경영진이 사적으로 보상받은 대가라기보다는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위한 시설투자 용도"라며 "이로 인해 투자가 신주 발행형태로 진행됐고 증권 역시 전환상환우선주(RCPS) 성격이라 목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기한 이후 회수될 수 있는 채권 같은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우리 돈으로 1조1000억원을 투자한 것은 일반 상식적인 측면에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첫째로 쿠팡이 겉으로 보기엔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부실기업이라는 것이고 둘째로 투자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 지나치게 천문학적이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차후에 회수할 담보와 안전장치에 관한 약속이 전제됐는지의 의문이다.
적자 문제에 있어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의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유통시장의 물리적 대면 시장(Off-line)과 비대면 시장(On-line)의 비율은 8대 2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앞으로 5~10년 내에는 이 비율이 역전될 전망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50조원 규모인데 이 시장이 2020년이면 100조원을 돌파하고 모바일 기반을 장악한 선두업체의 매출이 20조~30조원대로 늘어나면 실제 오프라인 기업을 앞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아마존을 사업모델로 설정한 쿠팡은 5년 내에 오프라인 시장의 강자인신세계(335,500원 ▼10,000 -2.89%)나 롯데그룹의 거래량을 넘볼 수 있는 사업규모를 달성할 수 있다는 비전을 소프트뱅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3485억원으로 전년 1464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서고 내년 1조원 돌파가 이뤄지면 시장의 과점체계가 나타나면서 승자독식에 따라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쿠팡은 넉넉한 실탄을 무기로 금융결제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나 직송 택배사, 물류기지, 콜센터 기업 등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 관계자는 "일단 매각자의 의사가 중하겠지만 최근에 M&A 시장에서 거래된 이니시스 같은 온라인 전자결제 회사나 로젠택배와 같은 매각예정인 택배사가 좋은 인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자신들이 계획한 최저가 당일배송 사업모델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라면 소프트뱅크로부터 확보한 자금으로 단숨에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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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계획을 실행할 경우 티켓몬스터나 위메프 등 같은 카테고리의 소셜커머스 경쟁에선 쉽게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블랙록으로부터 받은 3000억원대 자금으로 로켓배송 체계를 구축해 1년 만에 라이벌들을 두 배 안팎의 큰 격차로 제압한 사례가 설득력을 더한다.
여기에 M&A로 추가 사업을 확보할 경우 11번가나 G마켓 등 오픈마켓, CJ오쇼핑이나 GS홈쇼핑 등 TV홈쇼핑 영역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쿠팡이 5년 사이에 20조~30조원대 매출성장을 자신하는 까닭은 이들이 소셜커머스에 국한하지 않는 카테고리 킬러형 사업모델을 보유해서다. 일단 최저가 상품구매라는 모델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들은 소비자 효용 극대화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최근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및 재고 보유모델을 덧붙여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쿠팡과 같은 관점에서 최근 KKR과 앵커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은 티켓몬스터 역시 이종사업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생필품에 관한 3000여종의 제품을 최저가에 파는 티몬마트라는 모델을 론칭해 이미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티몬은 또 대주주인 앵커파트너스가 보유한 콜센터 기업 메타넷엠씨씨와 협업 시너지를 내려는 복안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서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비전에 공감한 것은 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천문학적인 금액인 1조1000억원을 투자한 것과 이에 대한 자금회수 안전장치에 관한 질문은 남는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예상을 깬 투자 규모와 RCPS 선택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선 1조원이 넘는 투자유치는 쿠팡 입장에선 황금 같은 기회이지만 동시에 설립자와 경영진에겐 큰 위협일 수도 있다. 일단 이 돈으로 3~5년 내에 20조~30조원대 회사를 만들지 못하면 우선주 배당이율을 더해 1조1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RCPS라는 전환상환우선주는 투자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투자형태다. 3~5년의 만기 시점에서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데로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원금+이자의 형태로 '상환'하는 선택이 가능해서다.
앞으로 5년 후인 2020년의 시점에서 소프트뱅크는 쿠팡이 자신들의 예상대로 성장했다면 20% 지분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공유할 것이다. 반대로 그 예상이 틀렸다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기 원할 것이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그 시점에서 현재 투자 직전 가치인 2조~3조원에 머물고 있어 원금과 이자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극단적으로 회사를 채권자인 소프트뱅크에 뺏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뱅크는 물론 쿠팡의 미래가치를 긍정적으로 예상하면서 성장을 위해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니케시 아로라 부회장이 쿠팡의 지주사인 포워드벤처스 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자신들이 지분을 소유한 중국 알리바바와 일본 야후재팬, 인도 스냅딜, 인도네시아 토코페디아 등과 쿠팡과의 사업협력을 주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가 가진 동아시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쿠팡을 한국 내 주요기업으로 육성하고 기업 가치를 공동으로 키울 복안이다.
쿠팡은 장기적으로 모회사인 미국법인 포워드벤처스를 근거로 미국 아마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와 제휴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회피 지역인 델라웨어에서 포워드벤처스를 창업한 김범석 대표는 이 회사를 근거로 소프트뱅크 이전에 미국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 등의 투자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