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내 남편과 외모·성격 똑같은 로봇 삽니다"

"죽은 내 남편과 외모·성격 똑같은 로봇 삽니다"

류준영 기자
2015.10.09 03:04

더러운 일·힘든 일은 기본 미술관 안내와 자산관리까지…인간사 전방위로 파고드는 로봇

볼보가 제시한 쓰레기 수거 로봇 상상도/사진=볼보
볼보가 제시한 쓰레기 수거 로봇 상상도/사진=볼보

"그 친구(로봇) 어때?"

"세 사람 몫은 하는 것 같아요. 곧 업데이트되면 다섯 명의 일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인간 못잖게 잘하는 것 같아요."

"당연하지 이 친구야, 날 봐, 나도 사이보그잖아."

가상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 '골라버려'의 인공지능(AI) 로봇 대표와 인간 임직원 간 회의 대화를 상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바야흐로 로봇 전성시대다. 그러나 로봇의 생산성이 향상돼 일반 업무의 상당수를 대체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쏟아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딥러닝'의 발전으로 기업에선 인간이 로봇상사를 모시는 모습도 곧 보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T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오는 2018년, 300만명 이상이 로봇 상사를 모시게 될 것이란 예측을 8일 밝혔다. 일자리가 불안하다.

인간의 자리를 탐하는 로봇의 파상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I 개발 선두에 있는 구글은 사고나 병으로 잃은 가족 구성원을 복원(?)하는 기묘한 로봇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가족 정체성도 불안하다.

나오(NAO)[자료사진]
나오(NAO)[자료사진]

◇더러운 일, 힘든 일은 기본

사람을 대신해서 일할 로봇들은 지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IT전문 컨설팅회사인 가트너는 10년 뒤 로봇이 전체 직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 기업 볼보는 이달 사람을 대신해 쓰레기를 청소하는 로봇 프로젝트(ROAR, 로봇 기반 자동 쓰레기 수거 차량)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이 주거지 골목을 돌며 카메라에 포착된 쓰레기통을 자율적으로 들어 올려 비우는 시스템이다. 무인주행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트럭에 부착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트럭 OS(운영체제)의 지시를 받아 쓰레기통을 수집하고, 트럭으로 가져와 비우는 작업을 365일 24시간 무한 반복한다.

볼보 측은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로봇 개발의 취지를 이 같이 짧게 설명했다. 볼보 프로젝트에는 재활용업체인 레노바와 스웨덴·미국 과학자들이 참여한다. 볼보 측은 "오는 2016년까지 1단계로 현장테스트 통과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에푸르 시 무오베(Eppur si muove, 그래도 지구는 돈다)' 전시회는 작품 보다 독특한 가이드가 더 눈길을 끌었다. 바로 미술품 해설 로봇이다.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나오(Nao)'가 매주 수·목요일 건물 곳곳을 돌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나오는 다른 로봇과 협업도 가능하다. 나오의 통신모듈은 드론(무인기)과 연결돼 자동 교신이 가능하다. 나오가 방향을 가리키면 드론이 그쪽으로 날아가며 관람객의 동선을 안내한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재활치료로봇/사진=기계硏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재활치료로봇/사진=기계硏

◇전문영역까지 삼키다

더러운 일, 위험한 일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등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일자리도 로봇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컨설팅회사 A.T.커니는 5년 뒤 국내외 데이터분석 중심의 로봇 컨설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관리될 자산 예측규모는 미국 내에서만 2조원에 달한다.

병원 재활치료사도 새 일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뇌졸중(중풍)으로 팔 관절이 마비된 환자의 재활치료를 효과적으로 돕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재활치료로봇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재활치료 로봇의 관절수(7개)보다 4개가 많은 11개의 로봇 관절을 사용해 상지(팔) 관절별로 최적화된 치료를 할 수 있다.

기계연 측은 "기존 로봇의 어깨가 한쪽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상하, 좌우, 전후 등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자연스러운 재활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주인 양성도 '탐사용 드론' 앞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기존 바퀴 달린 주행 로봇보다 효용성이 높아 굳이 인간을 우주에 보내지 않아도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NASA의 드론형 행성 탐사 로봇/사진=NASA
NASA의 드론형 행성 탐사 로봇/사진=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행성 조건에 맞춘 드론형 '탐사용 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성에서 바위가 가로막고 있거나, 구덩이가 파져 있는 경우와 맞닥뜨려도 기존 주행 로봇과 달리 가스 분사를 통해 공중을 비행할 수 있으므로 행동 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NASA는 이 탐사용 로봇을 EAF(Extreme Access Flyers)라고 이름 붙였다. NASA 측은 "연료 및 통신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탐사용 로봇은 우주인을 대신해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호적도 노린다

로봇개발은 앞으로 인간의 성격을 복제하고, 손상을 입어도 '자가복원'하는 수준까지 이르며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구글은 최근 '성격을 지닌 로봇' 등장을 예고하고 나섰다. 사람과 같은 마음씨를 로봇에게 부여하겠다며 관련 특허를 신청했다.

특허내용을 보면 이용자가 원하는 로봇 성격을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다운받아 설치할 수 있다. 미망인이 죽은 남편과의 옛정이 그리워 인간형 로봇을 구입했다면, 제품을 켜기 전 선택메뉴에서 '보수적', '활동적', '사려깊음', '허풍 많음' 등 사별한 남편의 성격을 선택해 입력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구글 측은 "세상을 떠난 가족을 닮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각기 다른 성격의 '로봇 남편' 혹은 '로봇 부인'을 여러 명 둘 수도 있다. 이럴 경우, AI 섹스봇 기술과 결합한 속된 말로 '세컨드' 로봇 보급으로 문란한 가족사를 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 국회에선 '로봇 일부다처제' 혹은 '로봇 일처다부제'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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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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