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가 만드는 실리콘밸리, 오픈소스로 읽는다

오픈소스가 만드는 실리콘밸리, 오픈소스로 읽는다

실리콘밸리=테크M 도강호 기자
2015.12.13 04:54

현지 방담-실리콘밸리, 그리고 엔지니어

한기용 유데미 데이터 아키텍트(왼쪽)와 박철수 전 넷플릭스 데이터 인프라 엔지니어
한기용 유데미 데이터 아키텍트(왼쪽)와 박철수 전 넷플릭스 데이터 인프라 엔지니어

실리콘밸리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만들어진다. 세상의 눈과 귀는 변화를 읽기 위해 혁신을 선도하는 최고경영자와 그들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에 향해 있다. 혁신을 직접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11월 3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당에서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기용 유데미 데이터 아키텍트와 박철수 전 넷플릭스 데이터 인프라 엔지니어를 만나 실리콘밸리와 엔지니어에 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자지난 며칠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런가.

한기용온라인 교육 플랫폼 기업인 유데미에 지난해 8월에 합류해 데이터 분석팀을 직접 구성했다. 사람을 뽑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특히 데이터 분야가 인력난이 심각하다. 얼마 전에는 트위터가 많은 사람을 해고하면서 좋은 사람이 지원하기도 했다. 문제는 내가 괜찮게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는 보상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게 되는데 스타트업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 지금은 빅데이터 경력자를 뽑는 것을 포기했다. 가능성 있는 사람을 골라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박철수특히 빅데이터 분야에서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심각하다. 많은 서버를 몇 년간 다뤄본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시장에 나오면 기업 간에 각축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연봉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내에서도 데이터 플랫폼과 프런트 엔드 개발자 사이에 연봉 격차가 심하다. H1B 취업 비자는 고용된 사람의 연봉, 팀, 직책을회사 내에 6개월간 공개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회사에서는 창고 구석에 작게 붙여두지만 다들 어딘지 알기 때문에 가서 보게 된다. 그때 격차를 확인하게 된다.

기자부트 캠프 같은 곳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한기용다양한 부트 캠프가 있다.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부트 캠프가 있다. 심지어 파이썬을 가르치는 부트 캠프 중에 여자만 받는 곳도 있었다. 우리 팀에도 그 부트 캠프 출신이 있다.

원래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다. 대학 졸업하고 10년 가까이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다. 그런데 부트 캠프에서 12주간 파이썬을 공부하고 우리 팀으로 왔다. 이제 파이썬을 배운지 1년밖에 안 됐지만 배우는 속도와 열정이 남다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웬만한 시니어 엔지니어보다 잘한다. 물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부트 캠프 출신이 한 명 더 있는데 성과가 좋지 않다.

한기용 씨는 야후와 스타트업 등에서 오랫동안 데이터 분야의 경력을 쌓은 시니어 엔지니어다.
한기용 씨는 야후와 스타트업 등에서 오랫동안 데이터 분야의 경력을 쌓은 시니어 엔지니어다.

박철수데이터 분석의 경우 컴퓨터를 전공했다고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분석은 컴퓨터에 대한 지식보다 직관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를 보고 패턴을 찾는 것인데, 통계나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더 잘한다.

한기용우리 팀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4명 있는데 그중 물리학 박사와 지구과학 박사가 있다. 지구과학 박사는 학위를 받자마자 방향을 이쪽으로 전환했다. 물리학 박사는 물리 데이터를 이용한 모델링을 해봤기 때문인지 아주 잘한다.

이 친구를 통해 최근에는 시니어 물리학자를 채용하기 위한 인터뷰도 진행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물리학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물리학을 20년 가까이 해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물리학을 포기하고 옮겨 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초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데 시니어 물리학자는 5만 달러를 받는다. 처음에는 열정으로 물리학을 했는지 몰라도 이 지역에서는 그 돈으로 살 수가 없다.

박철수한국에서는 기초과학을 안 한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엄청난 연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영화를 추천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다를 게 없다. 추천 광고 같은 일을 한다.

기자요즘 죽는 유니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렇게 엔지니어의 연봉이 높아지면 스타트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한기용2004년에 야후의 시니어 엔지니어가 1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 그때부터 연봉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2008년에 경기가 나빴지만 그때도 연봉은 내려가지 않았다. 물론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일자리는 없어졌지만 잘하는 사람의 연봉은 유지됐다. 그 뒤로 연봉이 다시 오르고 있다. 사실 지속 가능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트위터도 이번에 구조조정을 하면서 성과가 나쁜 사람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내보낸 측면이 있다.

박철수트위터는 좋은 엔지니어를 많이 보유했지만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갑자기 많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일부는 좋은 애들 뽑아서 공짜로 밥 주고 월급 잘 주면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트위터는 엔지니어가 자기만 재미있는 것을 하다가 시장과 멀어진 측면이 있다. 그런 상황을 이미 알던 사람들은 트위터가 추락했을 때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트위터에서 오픈소스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트위터와는 별로 상관없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였다. 반면, 오픈소스에 참여한 엔지니어는 엄청 유명해져서 전 세계로 컨퍼런스 투어를 다녔다.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기 이름을 걸고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만들었을 뿐 그것이 회사에 필요한지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트위터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대부분은 회사에 타격을 줬다.

이는 페이스북과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페이스북은 거의 다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만든 오픈소스는 기존 시스템과 잘 연동될 뿐만 아니라 다 표준으로 채택된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나오는 오픈소스는 써보면 상용화 준비가 돼 있다. 내부에서 잘 검증돼 나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가 중심이 돼 오픈소스를 기획하고 이를 엔지니어가 보조하는 구조다. 하지만 트위터의 오픈소스는 논문만 있고 실제로 써보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엔지니어가 자신의 지적 호기심과 오픈소스 분야의 명예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를 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극과 극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젝 도시가 와서 한 것이 바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백 엔드 인프라 쪽은 그만하고 트위터에 도움이 되는 앱 개발 같은 것에 집중하게 했다. 인프라 쪽을 자른 것은 좋은 방향으로 간 것이다.

기자회사 구성원과 하는 일을 보면 회사 상태를 알 수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회사 엔지니어링 상황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철수오픈소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키 플레이어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드롭박스도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좋은 엔지니어가 페이스북에서 드롭박스로 많이 옮겨 갔었다. 그 덕분에 급성장했지만 구글이나 MS와 경쟁이 심해져 이윤이 안 나오니까 이들이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엔지니어들이 상장 전 기업만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것이다.

한기용오픈소스에서 활동하는 개발자 중 야후에 있던 여러 사람이 특정 시점에 페이스북으로 옮겨 갔다. 상당히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었다.

박철수 씨는 최근 넷플릭스를 나와 빅데이터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철수 씨는 최근 넷플릭스를 나와 빅데이터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리고 다시 하나둘 드롭박스로 옮겨 갔다. 그래서 드롭박스도 금방 IPO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다 빠져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갔다. 이런 엔지니어는 돈을 벌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 그냥 오픈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기자듣다 보니 오픈소스를 보면 실리콘밸리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픈소스가 계속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박철수오픈소스는 빅데이터가 불을 지핀 것 같다. 어떤 분야든 물꼬를 트는 킬러 앱이 있다. 오픈소스에서는 ‘하둡’이 그런 일을 했다. 오픈소스를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니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링크드인, 넷플릭스 등이 서비스 회사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이들은 인프라 소프트웨어(SW)가 아니라 서비스로 돈을 벌기 때문에 인프라 SW는 협업으로 상부상조하려고 한다. 인프라는 다 똑같으니 따로 반복하지 않고 협업을 통해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래서 같이 컨퍼런스 열고 엔지니어, 매니저, 디렉터가 각 레벨에서 분기별로 계획을 수립한다. 이렇게 하면 또 하나 장점이 엔지니어를 고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갓 대학 나온 젊은 엔지니어는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채용할 때 오픈소스를 할 수 있는 환경임을 내세워 좋은 엔지니어를 회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 선순환되는 것이다. 이제는 역행할 수 없다. 이미 많은 것이 오픈소스로 나왔고 그에 버금가는 상용 버전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하드웨어에서 SW까지 전부 오픈소스로 공개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픈소스의 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한기용재미있는 건 삼성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려고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만들 때 오픈소스를 불신하는 사람을 장으로 뽑았던 것이다. 하둡을 쓸 생각은 안 하고 자체 개발하려고 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좋은 엔지니어를 데려와도 1년 안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기자두 사람 다 회사를 옮겼거나 옮기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터가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하나?

박철수데이터 분야는 수요와 공급을 맞춰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둡도 이미 한물갔다. 계속 옮겨 가야만 한다.

한기용이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하지만 위치가 올라갈수록 아무 데나 가면 안 된다. 궁합이 잘 맞는 사람, 편하게 적응하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또한 매니저를 한다고 해서 개발을 그만두는 것도 안 된다. 개발을 하지 않는 매니저는 개발자들이 대화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발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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