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정건전성 우려 높아진 현실 반영…정부와 협의

한국은행이 국가부채(공공부문 부채) 규모를 가계부채처럼 분기별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경기부양 차원의 거듭된 추경 편성과 대형 공공사업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1일 “국가부채를 매 분기별로 집계해서 따로 공개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에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포괄한 개념이다. 정부 차입금은 물론 국채, 지방채, 공기업 금융채 등이 모두 포함돼 국가 재정건전성을 비교하는 척도가 된다.
그동안 국가부채는 공식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연간 1회 발표했다. 중앙정부 부채규모는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기 때문에 빠른 추계가 가능하나, 200개가 넘는 지방정부와 지방공기업까지 부채규모를 합산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비교하는 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기준을 토대로 작성하는데 그 기준에 부합되려면 기관 내부거래 제거 등 현실화 작업이 필요해 분기별 공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거듭된 추경편성과, 주요 공공기관들의 대규모 국책사업 수행에 따른 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2년 821조1000억원이었던 공공부문 부채는 2014년 957조3000억원으로 2년 만에 136조2000억원(16.6%)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59.6%에서 64.5%로 4.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조원대 추경 편성을 고려하면 국가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기간 정부부채도 504조6000억원에서 620조6000억원으로 116조원(23%) 증가하면서 GDP 증가율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 GDP대비 정부부채 규모는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정부는 최근 국가부채가 많이 늘었지만 OECD 주요국과 비교해선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다만 최근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성장세보다 가파른 점을 고려해 2019년까지 정부부채를 GDP대비 40%대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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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국가부채 통계를 분기별로 집계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와 측정방식이 다소 달라서다. 한은은 분기별 국채, 지방채, 예금액 등의 변동현황을 파악해 가계는 물론 일반정부 및 비금융기업의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규모를 파악한다.
한은은 국제연합(UN) 국민계정 통계 산출방식인 SNA(System of National Account)를 이용해 정부부채를 산출한다. 가장 최근 집계치가 2014년 회계연도인 정부와 달리 한은은 2015년 3분기까지 정부부채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 분기별 추계가 가능해 통계적 시의성이 높다.
한은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기준 일반정부 금융부채는 873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790조2000억원)대비 9.5% 증가했다. 2012년말 부채규모(687조원)과 비교해선 27.1% 증가했다.
국가부채 공개시점이 단축될 경우 정부 재정운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재정부담이 악화될 수 있는 무리한 경기부양책이나, 사업성과 공익성이 낮은 불필요한 예산집행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