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선거구'..강원 지역구 서울의 10배, 의원은 1명

'공룡 선거구'..강원 지역구 서울의 10배, 의원은 1명

김성휘 기자
2016.03.0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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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매머드 지역구 해법은]①"지형·교통 고려" 선거법은 유명무실

20대 총선 초대형 선거구 탄생/머니투데이
20대 총선 초대형 선거구 탄생/머니투데이

5970㎢ 대 605㎢. 강원 철원·양구·화천·인제(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에 홍천을 합한 새 선거구와 서울의 면적 차이다.

선거구획정위가 지난달 28일 제시, 국회 안전행정위가 의결한 획정안에 따르면 강원에서 홍천·횡성 선거구가 인접 지역구에 흡수되고 경북에서 2곳, 경남에서 1곳,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곳 선거구가 사라진다. 충남에서는 공주와 부여·청양이 합쳐 하나의 선거구가 된다. 이 가운데 생활권이나 지역 면적상 부자연스러운 지역구도 나타났다. 인구를 사실상 최우선 기준으로 한 데다 여야의 이해득실 셈법에 획정안이 영향을 받으면서 인구편차 보정이라는 선거구 재획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10배' 공룡 선거구 탄생…인구편차 역전도= 강원 철원 등 5개 군을 합친 선거구는 서울시 전체면적 605㎢의 10배에 육박한다. 서울시는 지역구 의원만 49명이다. 태백·영월·평창·정선(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에 횡성을 붙인 또다른 5개 시군 단일선거구의 면적도 5000㎢를 넘는다. 여의도 면적이 2.9㎢이므로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인천엔 중구·동구·옹진군에 강화군까지 합한 선거구가 탄생했다. 안보·경제 등 이해가 다른 지역들이 하나로 묶여 인천 면적의 70%에 육박한다. '공룡'이나 '매머드급' 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런 지역구를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긴다.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대해 "강원도 면적의 반(1/2)이 한 지역구"라며 "이렇게 만든 자들은 이 5개 군에 한번씩이라도 가봤나.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역구가 사라진 황영철 의원보다는 낫다. 황 의원은(홍천·횡성)은 새 지역구 출마나 총선 불출마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통폐합 결과 도시지역과 농어촌간 인구편차가 보전되는 것을 넘어 역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인구가 29만명에 육박, 상한선 28만명을 넘긴 경기 군포시는 갑을로 나눠 선거구별 평균 14만~15만명이 됐다. 반면 인구 10만여명의 경북 영주, 12만명의 문경·예천은 합친 결과 약 22만명의 선거구가 됐다. 경남 밀양·창녕(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의령·함안을 합치면 27만여명으로 상한선에 가까워진다. 획정위에 따르면 최다 인구 선거구는 27만8982명의 전남 순천시다. 상한선 28만명에 불과 100여명 모자란다.

앞서 헌재는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기존 선거구별 인구가 최대 30만명~최소 10만명이었다면 이를 최대 28만명~최소 14만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재획정 결과 인구상한 초과지역은 28만명에서 넘치는 부분만 덜어낸 것이 아니다. 둘로 분할, 순식간에 하한선 14만명에 근접하게 됐다. 반대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은 통폐합, 인구 상한선에 육박한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경북 영주)은 머니투데이 더300과 통화에서 이 같은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역주행한 것"이라며 "헌재에 가져가면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한된 의원정수, 정치논리에 치여= 획정위가 진통 끝에 결론을 도출했지만 합리적 결정에 제약요인이 적잖았다.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인구편차를 보정하려면 의원정수 증가가 필요했지만 지역구·비례대표 합계 300명이란 기준은 '철옹성' 같았다. 여론이 정수 확대에 냉담했고, 이를 의식한 정치권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나서지 못했다.

헌재는 다른 요인은 제쳐두고 인구편차 2:1을 강제했다. 그러나 인구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역특색이 있다. 강원 홍천에서 같은 선거구인 철원까지 가자면 불가피하게 춘천을 지나야 할 정도로 생활권이 다르고 이동거리와 시간도 상당하다. 경북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은 동서로 길게 뻗어 밀집도가 낮다.

공직선거법 제25조는 '시·도의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한다'고 명시했지만 의무규정도 아니다. 인구편차를 맞추려면 시군구 경계를 넘나드는 획정이 가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금지, 일부 예외만 인정했다. 선거구획정위는 독립기구이기보다는 여야 대리인 기능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해외 사례를 검토, 지역구의 면적·지형이나 유권자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국회 사정에 밝은 한 정치학자는 1일 "헌법재판소가 민감한 정치사회적 결정을 내리면서도 법조인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문제"라며 우선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 법리에만 빠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 일부와 합쳐지는 중구의 정호준 의원은 "인구수만 아니라 지역특성과 면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획정위 활동 백서라도 만들어 다음엔 무엇을 잘 해야 할 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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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브뤼셀), 미국 워싱턴DC 대학과 싱크탱크를 현지에서 경험했습니다. 주요국 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 다룹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 기업, 벤처스타트업 씬을 취재했습니다. 인터뷰와 제보, 서평 요청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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