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보장한 휴가 '황송하게' 가는 직딩들

'법'이 보장한 휴가 '황송하게' 가는 직딩들

김훈남 기자
2016.03.22 04:1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쉬었다가요 그대-대한민국 휴식리포트]②직장인 연차사용률 60%…연차써도 "업무전화 대기, 재택근무도"

[편집자주] 최근 방송인 정형돈과 여자 아이돌그룹 EXID의 하니 등 유명 연예인들이 건강을 이유로 휴식에 들어갔다. 시청자와 팬들은 그들의 휴식을 존중하고, 방송 관계자 역시 일시적으로 추가 캐스팅을 하는 등 배려를 했다.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연예계에서 일어난 변화는 우리나라 근로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장인들의 휴가와 휴직 등 휴식문화에 대해 짚어본다.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60조 1항)

근로자의 휴가는 법으로 보장돼 있다. 세세한 부분은 사규 혹은 회사와의 계약에 따르는 게 보통이지만 본래 근거는 근로기준법에 둔다. 하지만 보통의 직장인들은 법으로 보장된 휴가의 절반을 쓰는 것도 어렵고 그나마 받은 휴가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인당 연평균 실근로시간은 2057시간이다. 2013년 2071시간에 비해 14시간, 0.6% 줄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4개국과 비교하면, 일본(1741시간)에 비해서 300시간 이상, 독일(1302시간)에 비해선 700시간 이상 많다. 한국보다 연평균 근로시간이 많은 나라는 멕시코(2327시간)와 칠레(2064시간)뿐이다.

학계에선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연차 사용률이 저조한 것을 꼽는다. 정부는 최근 한국 직장인의 연차사용률이 60%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53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연차사용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응답자의 평균 연차는 16일로, 이 가운데 10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사용률은 62.4%. '한 해 연차를 전부 소진했다'는 직장인은 전체의 35.5%에 불과했고,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없다'고 답한 직장인은 56.3%다.

연차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라는 대답이 63.1%를 차지했다. '일이 많아서 휴가를 내지 못했다'는 대답도 34.9%다. 또 정부의 연차 소진 권장 정책에 따라 실제 연차 신청 서류는 내면서도 실제로는 출근하거나 집에서 일을 하는 '무늬만 연차'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A씨는 "연초 연차소진 계획을 입력해야 회사 업무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정착 연초 계획대로 모두 사용하는 일은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차를 내도 정작 급한 업무가 있으면 출근하거나 집에서 일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홍보업계에 근무 중인 B씨는 "입사 3년 만에 휴가를 받았는데, 업무 전화를 무조건 받고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 조건이었다"며 "결국 해외여행을 가서 노트북을 켜고 평소처럼 일했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 중인 C씨도 "연차 중에도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쉴 새 없이 업무 지시가 왔고, 연차 중 여행을 갔더니 '여행기'를 사보에 올리라는 지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건강상 문제로 일을 쉬는 병가(상병휴가) 역시 쉽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진단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하는 데다 동료들의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특히 "몸 관리도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며 아픈 직원을 탓하는 일부 기업들의 분위기는 병가 당사자를 두 번 괴롭힌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4년 취업자 4만931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4.8%는 "아플 때 일했다"고 답했다. 아플 때 일했다는 응답자 중 55%는 1~3일, 31.1%는 4~10일을 참고 일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D씨는 병가를 냈다 상사의 나무람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회삿일로 몸이 안 좋아졌는데도 주변에서 '몸 관리도 못하냐'는 핀잔을 들었다"며 "아픈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