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7조원 누적 적립금 쌓인 건강보험의 자산운용 체계 변경 독려

건강보험을 사실상 기금화하는 방안이 다시 한번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건강보험의 재정상황을 살펴보고, 자산운용의 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계부처의 협의가 남아 있고,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의 자산운용 방식 변경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의 누적 적립금은 16조9800억원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2.2%로 국민연금(4.6%)을 포함한 7대 사회보험 중 가장 낮다.
기재부는 건강보험공단이 막대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방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고령화의 가속화와 함께 건강보험이 지속되려면 자산운용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안전자산 위주로 최소한의 자산운용만 하고 있다. 보험료와 국고 등으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은 단기자금과 중기자금으로 구분된다. 보험급여비를 위한 단기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가 활용된다.
중기자금은 1년 정기예금과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운용된다. 비중으로 따지면 중기자금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운용 상품별로는 특정금전신탁과 정기예금이 가장 많다. 이를 운용하는 인원은 5명에 불과하다. 자산을 운용하기보단 예치하고 있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공무원연금의 사례에 주목한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014년 최영권 전 플러스자산운용 전무를 자금운용단장으로 선임했다. 민간 전문가를 영입한 공무원연금공단은 이후 활발하게 자산운용에 나서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3.4%다.
기재부가 건강보험의 자산운용 방식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누적 적자에 시달리던 건강보험은 2004년 누적 흑자로 전환됐다. 특히 최근 흑자폭이 확대되면서 누적 적립금은 2012년부터 매년 약 4조원씩 늘었다.
하지만 기재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2022년 당기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누적 적립금도 2025년 고갈된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재정여건이 어려워질 것은 분명한데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을 기금화해 국회 등의 통제를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의원 시절인 2013년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유사한 법안들이 등장했지만 최종적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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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강보험의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단기자금 성격이 강한 건강보험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건강보험공단의 반발은 더 거세다. 건강보험공단 노조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기재부가 말하는 운용 명목으로 묶이는 순간 건강보험 적용 확대나 보장률 향상은 영원히 물건너 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