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반환점 돈 국조특위

[런치리포트]반환점 돈 국조특위

지영호 구경민 임상연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12.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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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말 바꾸기'보다 심각한 '불출석' 증인…청문회 한계 극복할까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12.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줄곧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증거영상 앞에 "모른다고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 5일 국조특위에 불려나온 이선우 대통령 경호실 의무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주사 시술 의혹에 말을 얼버무리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결국 시술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태반주사에 대해선 박 대통령 이외 다른 직원에게 처방한 사실이 없다고 시인했다.

반환점을 돈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이처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꼼짝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대부분 관련 의혹을 부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최순실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골프치러 갔다고 주장했다가 프로포폴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자 장모에게 시술했다고 해명했다. 16일 현장조사를 계기로 장모 처방 차트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골프를 치러 갔다왔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영수증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여전히 관련 사실을 부정한다.

정유라씨의 입시비리 관련 증인들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관련 의혹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최순실을 알거나 소개한 적이 없고, 특혜를 지시한 일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불출석이 더 문제, 사실관계 확인 못해=더 큰 문제는 국회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경우다. 아무리 큰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출석하지 않으면 사실관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최순실과 사건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 기업에 재단 모금활동을 주도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은 국회의 동행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줄줄이 출석을 거부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정조사를 막기도 했다. 16일 예정된 청와대 현장조사에서 경호실은 국회 특조위원의 내부 출입을 금지했다. 최순실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윤전추, 이영선 전 행정관이나 박 대통령의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조여옥 전 청와대 경호실 간호장교도 출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불출석 지시 또는 회유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국조특위는 계획서에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못박아뒀지만 핵심 증인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출석을 거부해도 좀처럼 처벌받지 않는 관행 탓이다. 국회 출석을 거부해도 검찰은 10% 정도만 정식재판을 청구해왔다.

◇국회, 대응책 마련 고심 '처벌 강화'=상황이 이렇자 국회에서도 후속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장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경호실 폐지법을 들고 나왔다.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은 현행 대통령경호실을 폐지하고 대통령 등의 경호를 경찰청 소속 대통령 경호국이 맡도록 하는 내용이다. 청와대에 국회의원은 출입하지 못하고 비선실세들은 출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대통령에게 쉽게 휘둘리는 경호실의 현실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출석을 불응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우병우 방지법'도 입법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제출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증감법) 개정안은 국회가 증인 출석요구를 위해 요청하는 경우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등은 주소·전화번호·출입국기록 등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동행명령 집행에 있어 경찰이 수행할 수 있고 기존 국회사무처에게도 비슷한 권한이 주어진다.

민주당 소속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비슷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동행명령 거부시 국회모욕죄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 출석요구를 받고도 불출석할 경우 현행 3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에서 벌금형을 삭제해 징역형만 받도록 하는 증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노웅래 의원은 출석요구서 송달을 거부하는 경우 불출석과 같은 처벌을 내리도록 했고, 백혜련 의원은 동행명령 거부시 법원에 증인 구인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외에도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관보나 인터넷 등 공시송달을 통한 출석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같은당 이태규 의원은 출석요구서 2회 거부시 송달된 것으로 하는 안을 각각 발의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적용할 수 없어 '사후약방문'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조특위가 불출석 증인이나 위증하는 증인에 엄벌을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제로 처벌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며 "국회가 권위를 세우려면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드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이름은 알았다"..맹탕 청문회 속 성과도

'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이 반환점을 돌았다. 최순실이 빠진 반쪽 청문회였지만 전경련 해체움직임과 최순실 존재를 모른다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름은 알았다"고 실토하는 등 몇가지 수확도 있었다.

먼저 지난 6일 대한민국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총수 9명이 나와 이목을 끌었던 1차 청문회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혹으로만 제기된 미르· K 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출연에 대해, 청와대의 강제성이 있었음을 일부 시인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번에 미르와 K스포츠 등 청와대 요청을 우리 기업하는 사람들이 거절하기는 참 어렵다"면서 우회적으로 강제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에 기부금을 내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밝혀 대기업 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전경련이 55년만에 해체든 쇄신이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른바 '최순실의 남자'들로 불렸던 증인들이 출석한 2차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어떤 인물인지, 국정농단을 어떻게 했는지가 드러났다.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는 최순실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자주하고 대통령과 급이 같은 권력서열 1위였다"고 말해 '국정농단의 몸통'이라는 점을 뒷받침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어쨌든 최순실 씨하고 대통령하고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했다.

특히 최순실 씨의 존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증언 번복을 이끌어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차 청문회서 "최순실의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영상을 보니 기억이 난다"고 번복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2차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의 이름이 적시된 정윤회 보고서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의 영상을 공개하자 김 전 비서실장이 급히 말을 바꿨다. 이로써 김 전 실장 역시 이미 '비선실세' 최 씨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일정부분 입증됐다.

3차 청문회에서의 수확은 '최순실 녹취록' 공개와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 이른바 '보안손님'이 검문없이 청와대를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선 시술도 확인됐다. 3차, 4차 두번의 청문회를 통해 최 씨가 귀국하기 전 독일에서 지인과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증거인멸을 위해 작전을 짜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가 포함돼 있었다.

4차 청문회에서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충격적 폭로가 이어졌다.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의 국정개입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당시 세계일보의 사장인 조한규씨는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이혜훈 의원은 "지금 삼권분립을 뿌리째 흔들고 그러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계시는 청와대가 사법부, 그것도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사찰을 했다는 얘기입니까?"라며 "이게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닙니까?"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로써 3차와 4차 청문회는 청와대의 사찰 의혹이 폭로되고 최순실의 육성이 공개되는 등 나름 성과도 있었던 청문회로 평가받는다.

지난 16일 진행된 현장조사에서는 최순실씨 단골병원이던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장모를 시술했다며 작성한 진료 차트의 사인과 평상시 사인이 달라 위조됐다는 의혹이 처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의혹인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더이상 규명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화제의 인물도 눈길을 끌었다.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했던 청문회 속에서도 속 시원한 '소신·사이다 발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이들도 있었다.

1차 청문회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활약이 빛났다.그는 참고인으로 출석했으나 재벌 총수들을 향해 의원들보다 더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인물로 평가받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연이은 폭로로 주목을 받았다. 고 씨는 청문회에서 "김종 전 차관과 만난 적 있다. 최순실이 바라보는 김 전 차관은 수행비서", "최순실이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과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옷을 100벌 가까이 만들었다"고 답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소신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2차 청문회에 불참했다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끝에 자리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엉뚱한 발언으로 살벌한 청문회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안민석 의원과 마주하게된 장시호씨는 안 의원이 "내가 밉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인간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워하지는 말아라"고 안 의원이 말하자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우병우·조여옥 출석 5차 청문회…최순실 국조 성패 가른다

핵심 증인들의 잇단 불출석으로 ‘맹탕’이란 비난을 받아온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의 5차 청문회가 오는 22일 열린다. 이날 청문회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최순실씨와 그 일가, 문고리 3인방 등 게이트와 관련된 핵심인물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과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분수령이 될지, 또다시 증인 불출석으로 맥 빠진 청문회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국조특위에 따르면 5차 청문회에는 지난 1~3차에 불출석한 증인들을 중심으로 총 18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구체적으로는 우 전 민정수석과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최씨와 딸 정유라, 언니 최순득, 조카 장승호 등이다.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조여옥 전 간호장교(대위), 윤전추·이영선 행정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또다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과 관련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박원오 전국가대표 승마팀 감독 등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 2차 청문회에 참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등 대기업 관계자들은 여야간 합의 실패로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5차 청문회는 불출석 증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여당 간사 사퇴 후 협의가 안돼 추가 증인 채택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18명의 증인 중 청문회 출석을 밝힌 사람은 우 전 민정수석과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한 조 대위 등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연수 중인 조 대위가 어제 귀국했다"면서 "22일 청문회에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위가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비선시술 등과 관련된 질문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우 전 민정수석도 지난 15일 국조특위에 5차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휴대폰 문자로 전해왔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우 전 민정수석의 게이트 관련 여부와 인사검증 실패 이유,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관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새누리당 이만희·이완영 의원을 둘러싼 청문회 위증교사 의혹이 해소될지도 관심사다. 앞서 고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지난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과 최씨 측근이 4차 청문회 전에 만나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PC에 관한 질의응답을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하지만 두 의원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와 안 전 정책수석, 문고리 3인방 등은 5차 청문회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국조특위는 이들 핵심증인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것은 물론 구치소 청문회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국조특위는 5차 청문회에 앞서 삼성그룹의 승마 비리 등을 다룰 추가 청문회 일정도 의결할 예정이다. 야당 국조위원들은 이미 추가 청문회를 요청한 상태다. 청와대의 비협조로 무산된 경호실 현장조사에 관한 안건도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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