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직접 공격 없다" 英·튀르키예, 방어 지원만 확대…
공항 폐쇄 후 부유층 전용기 수요 급증, 비용 50%↑…
"'안전한 투자처' 인식 흔들, 탈석유 '비전2030' 전략 차질"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예멘 반군 후티의 거침없는 공세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외교·경제 등 주요 국제행사가 잇따라 연기되고 부유층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맹국의 군사적 지원마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다. 사우디가 주도해 온 중동의 경제·안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후티의 공격으로부터 사우디를 보호하고자 왕립공군(RAF)의 타이푼 전투기를 투입하고 군수물자 수송기와 군사 고문단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제공하던 방공 장비와 공중급유 지원도 이어간다. 영국은 사우디와 수십 년간 무기 공급·군사훈련·방공 협력을 이어온 전통적 안보 파트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후티의 지역 불안정화 및 중동의 안보와 안전 훼손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무인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방공 장비를 이미 사우디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후티를 겨냥한 직접적인 공격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번 지원이 방어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8월 사우디와 파키스탄과 체결한 '메카 공동방위협정'의 비준 절차 착수로 사우디에 대한 군사 지원 준비에 나섰다. '중동판 나토'로 불리는 이 협정은 3개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서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다.
협정이 비준되면 사우디에 대한 병력 파견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는 군사훈련과 자문, 군사 장비 및 방어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방어적 성격'에 머무를 것이라며 "(메카 협정은)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튀르키예가 공격을 감행하고자 타국 영토에 병력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어 지원으로 후티 못 막아…안보·경제 타격 장기화"
주요 외신과 중동 안보 전문가들은 우방국들의 개입이 '소극적 방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갈수록 격화하는 후티의 공세를 막기엔 한계가 있다. 사우디의 안보 불안과 경제적 타격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도하대학원연구소의 압둘와합 엘아펜디 총장은 블룸버그에 "후티와 같은 적을 상대할 때 공군력 중심의 방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천적인 공격 근거지를 타격하지 못하는 한 사우디가 직면한 안보 불안과 경제적 타격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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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매체 포춘은 "후티의 공항·에너지 시설 공격은 '안전한 투자처'라는 사우디의 이미지를 훼손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위축 및 자본 이탈시킬 것"이라고 짚었고, AFP통신은 외국 기업이 사우디를 '분쟁 지역'으로 인식해 보험료 상승과 투자 위축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내 사우디의 외교·경제 영향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후티 공격에 따른 국제공항 폐쇄, 안보 불안으로 이달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유럽연합(EU)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간 정상회의가 무기한 연기됐고,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국제 투자 행사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개최는 내년으로 밀렸다.
부유층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후티 공격으로 인한 항공편 취소, 국제공항 폐쇄 등으로 사우디를 떠나려는 부유층의 전용기 수요 늘어 관련 비용이 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기업도 중동 사무실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하거나 본국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과 외국 자본의 이탈이 현실화하면 관광·국제 행사·대형 개발사업에 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탈석유 경제를 구축하려는 '비전 2030'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