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바꾼 룰 vs 넷플릭스가 바꿀 룰

아이폰이 바꾼 룰 vs 넷플릭스가 바꿀 룰

신혜선 VIP뉴스부장
2017.04.14 06:56

[신혜선의 유감시대] <4> '넷플릭스' 몰아보기 해봤습니까?

5000만 달러가 투자된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 '옥자'가 온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영화관에서 개봉할 계획이지만, 맛보기 수준이어서 넷플릭스 가입자들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5000만 달러가 투자된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 '옥자'가 온다. 넷플릭스는 옥자를 영화관에서 개봉할 계획이지만, 맛보기 수준이어서 넷플릭스 가입자들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이폰 등장이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단말기 형태가 바뀌어 글로벌 통신단말기 제조사의 흥망성쇠 역사를 다시 썼을 뿐 아니라 장터(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가 만들어져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도전할 수 있는 긴꼬리 경제학을 형성했다. 2000년 초반 불었던 벤처 창업 붐과는 또 다른 성격인 플랫폼 비즈니스 형태의 스타트 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 형태도 바뀔 수밖에 없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만 이용하던 데에서 자유롭게 장터에 올라간 앱을 내려받아 사용한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이 21세기 게임의 법칙을 바꾼 1번 타자였다면, 그다음 순번은 글로벌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TV를 시청하는 유형의 서비스) 넷플릭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등장 의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수 언론은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에 대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가입해 유료 콘텐츠를 시청하는 국내 이용자는 아직 10만도 안 되는 걸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넷플릭스는 아직 겸손하다. 토드 예린 넷플릭스 제품 혁신 부사장은 지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서) 2017에서 “한국에서 서비스한 지 겨우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한국 사람들이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 내 저조한 실적은 유료 서비스의 장벽 그리고 하루면 불법으로 해당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콘텐츠는 좋은데, 굳이 돈 내고” 라는 지인들이 주변에 꽤 된다. 주로 무료 체험 후 중단하는 이들의 변이다.

전적으로 한국 얘기다. 넷플릭스 서비스의 본고향 미국 상황은 전혀 다르다.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이 ‘YouTube TV’를 내놨다. 당연히 유료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4월 5일(미국 현지시각) 주요 지역 방송 TV 네트워크를 포함한 50개 이상의 채널 패키지를 매월 35달러에 제공하는 YouTube TV’를 시작했다. PC나 스마트폰에서 유투브가 직접 제공하는 채널을 이용해 전용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클라우드 DVR 서비스를 제공해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9개월 동안 저장할 수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방송사나 통신사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컴캐스트는 자사 X1 고객에게 넷플릭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넷플릭스 이용 가구는 대략 54% 정도로 추정된다. 컴캐스트는 X1 고객의 30% 이상이 넷플릭스 가입자임을 공개하고, 아예 협력 전술을 택한 것이다.

AT&T는 경쟁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무료 인터넷스트리밍 서비스(VMVPD)인 '다이렉트TV나우'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OTT 서비스인 ‘다이렉트TV’ 서비스를 연내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와 대적을 위해 타임워너 인수를 밝혔다.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전용 콘텐츠 외에도 미국 대학 농구 경기 등 인기 최고의 스포츠 콘텐츠도 포함한다. 기존 유료방송을 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넷플릭스가 바꾸고 있는 변화 소식에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의 행보를 더 하면 그 조짐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적어도 한국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 시장을 먼저 바꾸려는 움직임은 놀라울 만큼 적극적이어서다.

이미 입소문이 난 영화 ‘옥자’가 대표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넷플릭스 전용 콘텐츠다. 영화관에서 맛보기 상영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그야말로 맛보기 수준일 거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 5000만 달러(약 600억 원) 전액을 투자하는 넷플릭스는 '옥자'를 시점으로 넷플릭스 플랫폼의 맛을 보여줄 각오를 할만하다.

넷플릭스 전용 드라마 ‘킹덤’의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8부작 '킹덤'은 제작비만 약 200억 원, 역대 한국 드라마 제작비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증명받은 김은희 작가의 ‘스토리 맛’과 찔끔찔끔이 아닌 ‘TV 몰아보기’의 맛을 본 시청자라면 옥자보다 그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가 바꿀 게임의 법칙은 무엇일까. 그리고 바뀌는 법칙이 불러올 변화는 어떤 모습일까. 긍정적인 모습을 보자면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전 세계 이용자에게 선보일 기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영화 ‘옥자’나 드라마 ‘킹덤’ 외에도 JTBC 새 드라마 ‘맨투맨’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방영한다. 하지만 그 수익은 사실상 제작비 전액을 댄 넷플릭스 차지다.

국내 시장으로 국한하자면 우려의 평가는 커진다. 넷플릭스가 영화나 전통 TV 드라마의 제작방식은 물론 유통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커서다.

영화 유통방식은 대형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상영한 후 유료방송(IPTV나 케이블TV)의 DVD 형태로 공급하는 식이다. 이 방식이 깨질 수 있다. 옥자처럼 극장 상영이 아닌 OTT 전용 영화 등장이 첫 번 째다. 이어 DVD 공급 주체가 국내 대규모 배급사가 아닌 넷플릭스로 바뀌는 변화다.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 후, DVD를 출시하고, 유료 방송에 공급한다. 국내 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는 긴장할 수밖에 없고, 영화 DVD 덕에 이제 웃기 시작한 IPTV 사업자들은 넷플릭스를 새 협상 주체로 만나야 한다.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확인한 스타트 업 출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우려다. 수억 원도 아니고 수백억 원하는 거대 자본과 싸울 콘텐츠 전문 기업이 우리에겐 없다. 광고 급감으로 울상인 지상파나 보도에 급급해 콘텐츠 투자를 등한시하는 종편PP, 존재감 없는 케이블방송, 우리 OTT를 대표하는 지상파 연합군 ‘푹’이나 CJ그룹의 '티빙', 통신사들의 OTT 서비스에 넷플릭스는 이미 가장 큰 경쟁자다.

넷플릭스 등장이 가져올 궁극적인 변화는 결국 미디어 소비 방식이다. TV나 극장이 아닌 인터넷으로 모바일로, 편할 때 몰아보기로. 그리고 국산은 물론 경쟁력 있는 외국 콘텐츠 위주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MWC 2017에서 “옥수수(SKT OTT 브랜드)를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도 “옥수수를 글로벌 한류 플랫폼으로 키운다”고 말했다. 아직은 의지만 읽히고, 후속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옥수수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무료인데 왜 해지 하십니까” 라는 수준의 마케팅 답변이 그 예다.

'옥자'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그러고 나니 해외 플랫폼 종속 우려, 해외 거대 자본 종속 우려, 5G(세대) 시대 콘텐츠 부재 우려 등 모든 우려가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소비자는 기다리지 않고, 기업이 움직일 땐 이미 늦은 경우가 태반이라는 걸 경험했다. 아이폰 등장에 우리가 어떻게 허둥댔는지 다시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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