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휴대형 안저카메라 개발한 이대목동병원 김윤택 부교수
“이게 바로 국민 연구자들과 함께 만든 협작품입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안과학 망막 전공 김윤택 부교수(사진)는 가정용 전동드릴처럼 생긴 ‘안질환 선별검사용 안저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안저는 동공을 통해 안구의 안쪽을 들여다보았을 때 보이는 부분. 안저 카메라는 안저에 생긴 출혈, 백반, 종양 등을 검사할 때 쓴다.
김 교수의 안저 카메라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국민생활연구 진흥방안’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국민의 생활 속 다양한 문제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 과제와 방식을 연구자가 아닌 국민이 먼저 제안하고, R&D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형태를 ‘국민생활연구’라고 부른다.

기존 안저 카메라는 8000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한다. 김 교수의 안저 카메라는 아직 판매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보다 훨씬 낮게 내놓을 계획이다.
메스를 들던 그가 공구를 들게 된 까닭은 소득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어서다. “강남 일원동 소재 병원에서 일할 땐 그곳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꽤 높아서 건강검진 환자가 많았죠. 하지만 다음 직장에선 독거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눈이 침침해서 두 쪽 다 아예 안 보일 때까지 참다 오는 환자들도 있었어요.”
김 교수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사회복지사와 한 팀을 이뤄 다니는 방문간호사들이 사용하기 쉬운 안저카메라를 개발·보급키로 마음먹고 연구를 시작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앞으로 만들 제품의 수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제품에 넣을 필수 기능은 무엇인지 등을 혼자서 고민했던 거예요.”
김 교수는 처음에 일반 DSLR(일안반사식디지털카메라)를 뒷단에 달고, 선을 노트북에 연결해 좀 더 큰 화면으로 안구를 보고 진단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또 녹내장 등을 바로 진단할 수 있도록 관련 필터도 장착해봤다. 그러다 보니 제품은 커지고 제작비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처음 기획한 의도에서 벗어났다. 김 교수를 돕겠다고 나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측에서 ‘국민생활연구’ 방식으로 추진해보자고 권했다. “설문 조사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저는 그때까지 수용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거였어요.”
한국망막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저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높은 가격 30.1%, 낮은 사진의 질 29.2%, 촬영의 어려움 15.1%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반영해 카메라 이미지센서 크기를 1인치로 상향했죠. 일반 DSLR과 같은 상용 카메라를 이용하려 했던 계획은 카메라 메인 모듈을 자체 개발하는 방향으로 틀었어요. 촬영할 때 주시점이 필요하다, 휴대성을 더 강조되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반영, 1차 시제품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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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품엔 대화면 무선 연결 및 자동초점 기능이 추가됐고 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그랬더니 제법 시장에 내놓을만한 제품으로 바뀌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성능 평가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비숙련자가 이 카메라로 녹내장 등의 안과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유효율은 51.5%로, 숙련자 유효율은 81.7%로 나타났다.
“보통 국민건강을 평가할 때 병원을 들렀던 사람들의 정보를 중심으로 통계를 내는 데, 사실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노인 등 취약계층은 병원 갈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자료라고 보기 힘들어요. 이 카메라처럼 사회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곳까지 보듬는 따뜻한 연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