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매물 증가세에 다시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대출 규제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공급 확대' 국면이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대출 규제 강화 효과를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차상급지에서 상급지로 이사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대비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550건 순증했다. 25개 자치구 중 18곳에서 매물이 늘었고 7곳은 감소했다. 서초구가 95건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강동구(62건), 송파구(46건), 용산구(38건), 노원구(2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초, 송파, 용산 등 고가 주택 시장에서의 매물 증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거래보다 먼저 매물이 움직이는 전형적인 조정 초기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변화는 전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불허하고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금융 전반을 강하게 조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데 따라 시장 전반의 심리적 위축과 매물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매물 증가가 대출 규제뿐 아니라 양도세와 갈아타기 수요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즉각적인 대출 규제 영향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이다. 실제 용산 등 중상급지에서는 갈아타기 수요가 막판에 집중되며 매물이 늘어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오는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도 시점을 앞당기려는 물량도 함께 출회되고 있다.
거래 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대출 규제보다는 5월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며 "대출 규제에 따른 즉각적인 변화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수가 어려워지면서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는 구조"라며 "매도자들은 기존 거래가격 수준을 기대하고 있어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다주택자는 월세를 반전세나 전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활용해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며 "청담·반포 등 핵심 지역은 이미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돼 추가로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집주인 간 상황에 따라 매도 전략도 엇갈리고 있다. 대출 상환 부담이나 세금 이슈가 있는 일부 매도자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를 시도하는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매도자는 가격을 유지한 채 매도를 미루는 모습이다.
한편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와 매물 증가가 맞물리며 부동산가격 조정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강남3구와 용산 등 핵심지는 자산가 중심 시장이 유지되면서 하락폭이 제한되는 반면 수도권 외곽과 중저가 지역은 매물 증가와 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며 조정 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거래량 감소와 가격 지표 간 시차를 감안하면 이후 시장의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매물 증가 이후 거래 위축이 이어지고 이후 실거래 가격이 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나는 만큼 현재는 가격 하락의 '초입 구간'이라는 해석이다. 매수자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매도자 간 가격 경쟁이 확산될 경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국면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물만 증가하면 가격 조정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양도세 유예 종료 시점인 5월 전후가 단기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