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보다 비강남권 아파트의 분양가가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이 제한되는 사이 신축 희소성과 강한 수요가 맞물리며 비강남권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한 결과다.
분양가 역전은 청약 수요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남권 분양에 청약 수요가 편중되는 동시에 비강남권의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분양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의 전용 84㎡ 분양가는 25억1500만~27억5650만원으로 책정됐다. 3.3㎡당 분양가는 7800만원선이다. 이달 중 분양에 나서는 '라클라체자이드파인'(동작구 노량진6구역 재개발)의 3.3㎡당 분양가는 7800만원 수준이다. 동작구 흑석11구역 재개발단지인 '흑석 써밋더힐'은 분양가가 85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강남권에서도 핵심지로 꼽히는 반포보다 동작구의 분양가가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분양가 역전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서울 일부 자치구에만 적용된다. 서초구 분양인 오티에르 반포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제한되지만 동작구 분양인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나 흑석 써밋더힐은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조합이 시장 가격에 맞춰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분양가 역전은 강남권 청약 수요 집중으로 연결되고 있다. 인근 신축 단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오티에르 반포 전용 84㎡ 분양가는 26억~27억원 수준인 데 비해 인근 신축 대단지인 '메이플자이' 전용 84㎡ 시세 50억원 안팎에 이른다. 당첨만 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크로 드 서초'는 서울 민간분양 사상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진행된 1순위 청약은 30가구 모집에 총 3만2973건의 청약 신청이 몰리며 평균 10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크로 드 서초의 전용 59㎡ 분양가는 18억6000만원인데 비해 인근 신축 단지인 '서초그랑자이' 전용 59㎡는 약 3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강남 지역 청약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청약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마감한 강서구 '래미안 엘리비네'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5178만원으로 강서구 최고 수준이었지만 완판을 기록했다. 인근 시세보다 2억~3억원 높게 분양가가 책정된 영등포구 문래동 '더샵 프리엘라' 역시 평균 8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분양가가 주변 단지 시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단지가 완판되면 해당 분양가가 인근 단지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강남은 대출 규제로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혜택을 보는 반면 비강남권은 고분양가에 맞춰 시세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유상옵션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상한선에 맞춰 낮추는 대신 기본 제공하던 품목을 유상옵션으로 돌리면서 일반분양은 사실상 '깡통주택' 수준이 됐다"며 "거실 확장, 마감재 업그레이드, 붙박이장 등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실제 분양가는 크게 올라 분양가상한제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