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금융위)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운영 중인 TF(태스크포스)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이 금융위와 사전조율 없이 내부통제 혁신TF를 운영해 혁신안을 발표한 것이 이번 전수조사의 발단이 됐다. 금융위의 이번 조사는 ‘금감원이 TF의 입을 빌려 권한확대를 시도한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두 기관의 갈등이 표면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현재 운영 중인 TF 현황 전반에 대해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이 TF를 통해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는 금융위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같아 조사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금감원 내부통제 혁신TF가 발표한 대부분 혁신안이 금융위 소관을 침해한 것이라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 종합적인 내부통제 방안이 필요하다며 외부전문가 중심의 TF 출범을 지시했다. TF는 4개월여 동안 연구와 논의를 거쳐 금융회사 이사회와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윤 원장은 혁신안 발표 자리에 직접 참석, “금융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TF의 혁신과제 42개 중 80% 이상은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금융위 권한인 법, 시행령, 감독규정 개정 사안이다. 금감원도 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금융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법과 시행령 등의 개정 권한이 없는 금감원이 금융위와 사전조율 없이 혁신안을 발표한 데 대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을 금감원이 외부전문가의 입을 빌려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 것도 금융위 권한에 대한 침해란 의견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업무가 아닌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운영 중인 보험산업 감독 혁신TF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TF 역시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며 오는 12월 최종방안이 나오는데 금융위 권한인 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TF는 아니지만 금감원이 올 연말쯤 개최 예정인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공청회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의 견해가 엇갈리는 사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혼연일체’를 강조한 과거에는 두 기관이 공동참여하는 ‘금융위원간 혁신위원회’를 통해 권한과 업무, 혁신과제 등을 조율해왔으나 현재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위가 주도한 TF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는데 제대로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