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주를 위한 주총은 어디에[기자수첩]

임찬영 기자
2026.04.01 05:30

지난달 26일은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쏠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였다. 이날 74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주총을 열면서 주주들은 어느 기업에 참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별도로 진행됐다면 비중 있게 다뤄졌을 기업들의 주총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총을 하루에 몰아서 연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다. 현행 상법은 주총 개최 시점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사업보고서 제출과 감사 일정에 맞춰 매년 3월말에 주총일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산 후 3개월 내에만 주총을 개최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다.

다만 합법이라는 사실이 꼭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주총은 이사회 구성과 배당, 정관 변경 등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다루는 자리다. 각 기업의 주총에 참석할 권리는 보장돼 있지만 일정이 같은 날 집중되면 복수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한 곳에 참석하면 다른 곳은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실질적인 권리 행사에 제약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특히 개인 주주일수록 이를 더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에 그칠 뿐이지 주주로서 발언이나 질의를 하는 것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 위임이 가능하더라도 민감한 개인정보를 적어야 하는 탓에 아무에게나 쉽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견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총을 몰아서 하는게 유리할지 모른다. 특정 기업의 이슈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주총 운영 부담도 줄어드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가 반복될수록 주총이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주총은 이름 그대로 '주주들의 회의'다. 그렇다면 최소한 주주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은 보장돼야 한다. 일정이 몰리는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특정 날짜에 주총이 집중되는 관행이 계속되는게 바람직한지는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주가 '투표'만 하는게 아니라 '참여하는 주체'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총의 의미는 점점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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