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산'으로 가는 의대, 돈과 '편안함'을 좇는 의사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2023.09.21 02:05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고등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은 대부분 의대 진학을 원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의대 입학기준이 시험성적이 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적만으로 의대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 시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는 의료현장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사인 나조차도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요즘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의 특징은 일단 똑똑하다기보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부모의 지원이 필수인데 시험만 잘 보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용서받는 상황을 만드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다른 사람, 즉 부모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환경에서 배우다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지고 또한 의대에서 의학에 대한 지식만을 습득하다 의사가 된다. 그렇게 면허증을 받으면 의료현장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종의 남을 위한 희생을 할 수 있는 인격이 형성되기 어렵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다양한 동기유발이 없이 세속적 환상만 가지고 의사가 되기 때문에 단순히 인기과로만 지원이 몰리고 필수과라 할 수 있는 산부인과 소아과 등에는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의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교육공학적 생각을 가진 분들은 이제 파일을 온라인에 올리고 학생은 본인이 필요할 때 다운받아 공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런 효율적 지식전달 교육방식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환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인성교육이 확보되지 않고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할 것이다.

정말 많은 사람이 의대 진학을 원하고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막상 의사가 되고 난 후 만족도는 높지 않다. 의사의 수입으로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청춘을 즐기지도 못한 채 서른이 되고 매일 아픈 사람을 보며 죽음이란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고 사회적인 인정이나 대우도 점점 떨어지고 등등 좋은 점이 별로 없다.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은 기회만 있으면 의과대학을 만들려고 한다. 다들 다양한 이유와 논리를 가지고 의과대학을 만들려고 하지만 본질적인 면을 생각해보면 정치적 이유나 이기주의라 할 수 있다. 소명감을 가지고 의과대학을 신설하려는 대학은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가 의사가 모자란다고 예측된다면 신설 의과대학을 허가하기보다 기존 의과대학 중 학생을 추가 교육할 여력이 있는 곳에 증원해주면 된다. 이 경우 의사 인력을 감축해야 할 때 줄이기도 쉽다. 이미 의과대학 신설 허가를 남발했다가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으니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환자가 됐을 때 몸과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의사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시험성적으로 의대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만 오로지 성적만으로 뽑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섀도잉이라는 과정을 경험해야 한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의사 진료행위를 관찰하게 한다. 섀도잉이란 프로그램은 단순 시험성적만 잘 나오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우리의 시스템보다는 진보한 시스템인 것 같다. 애당초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의사는 어떤 직업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미리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산으로 가는 의대를 바로잡고 좋은 의사를 배출해 국민들도 좋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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