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보좌관의 고향이 '국감'에 미치는 영향

유동주 기자
2015.09.25 11:13

[the300]보좌진 고향 파악…맞춤형 공략하는 피감기관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 시작일인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추석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뉴스1

약 한 달간의 국감일정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는 지금, 국회 의원회관은 추석선물 배송으로도 바쁘다.

명절에 친척이나 지인들과 선물을 나누는 건 우리 특유의 문화다. 이는 '고향'과 '핏줄'에 집착하는 고유 정서와 닿아 있다.

'고향'은 국감기간엔 의원실 보좌진과 피감기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중앙부처와 공기관은 물론이고 사기업에서도 국회 담당 직원을 뽑을 때 '고향'을 고려한다.

여당 담당은 ‘영남’, 야당 담당은 ‘호남’출신을 배치하는 식이다. 여기에 더 디테일하게 '시군'단위의 공략도 추가된다. 특히 '제주'나 '강원'지역처럼 소외 지역의 경우엔 출신 직원이 많지 않아 해당 지역 출신을 임시 선발해 의원실을 방문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보좌진과 직원간에 상호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식사하자는 약속을 잡고 막상 마주 앉아서 할 얘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담당 등 대외 업무를 하던 직원이 아닌 경우에 억지로 국회에 보내진 경우엔 더 그렇다.

책상에 앉아 자기 일만 하던 직원들은 '국회'란 공간, 특히 '보좌관'이라는 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일종의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말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여당 보좌관은 과거 야당시절 자신의 고향 출신들을 돌려가며 파견하는 피감기관에 "알지도 못하는 고향 사람 자꾸 보내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매년 국감기간을 전후로 '동향' 동원하기는 피감기관의 단골 전략이다. 먹히기 때문이다. 지역색이 강한 지역일수록 '동향'사람이라면 반갑게 맞아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투리'가 강한 지역 출신들은 일부러 사투리로 대화하며 친밀도를 높이기도 한다. 즉각적인 상호반응 속에 강한 '연대의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은 '호남'출신이 많기 때문에 동원되는 피감기관 직원들도 '호남'이 많다. 반대로 DJ·노무현 정부시절엔 '영남'출신들이 차출돼 국감기간에 일시적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끈을 찾을 때 '고향'은 중요한 연결 고리다. 법조계에서도 여전히 '학연' '지연'이 재판을 좌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실제로 고향을 유추할 수 있는 출신학교 등이 담긴 법조인 인명사전 등은 법조 브로커들에겐 중요한 영업무기다.

인물정보 유료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이유도 그만큼 '인맥'찾기가 중요한 사회 생활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투명해질수록 이런 같은 고향, 같은 학교를 찾는 문화는 없어질 것이다. 출신끼리 싸고 도는 문화는 ‘정(情)’은 있지만 후진적이다.

그럼에도 의원회관에는 출신 지역과 학교별 모임이 활성화 돼 있다. 결국 업무에 있어 그런 '정(情)'을 이용해야만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명절을 맞아 귀향하는 이들이 전보다 줄어 들고 있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젊은 세대일수록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 40~50대는 '시골' 출신이 많았지만, 지금 20~30대는 수도권 출신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국감시즌 보좌진의 '고향'을 확인하는 의원회관 풍경도 젊은 세대가 더 유입될 쯤이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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