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르면 오는 6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채무조정안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채무조정안을 내놓은 산업은행 측이 제출한 실사보고서 등의 자료가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종 결론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적잖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민연금은 2015년 12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인수했는데, 발행시점이 분식회계 발표직전이라는 점에서 정상적인 발행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오는 6일 투자위원회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위원회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을 위원장으로 하고 10여명의 실장·팀장급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 내외부 인사 7인으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대해 심의를 마쳤다. 당시 자료의 신뢰성을 이유로 정상적인 심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위원회를 열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실사보고서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해 검토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면서도 "투자위원회 결정사항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보고할 가능성도 있어 일정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채무조정 대상 회사채 1조3500억 원 중 약 29%인 3887억원을 보유한 사채권자로 다음달 17일과 18일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까지 채무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 2015년 발행 회사채 1200억원 '반대' 뇌관되나 =국민연금 내부에선 일부 회사채가 비정상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3월19일 발행한 '대우조선해양7' 채권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및 위탁 운용을 합쳐 총 1200억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보다 4개월가량 앞서 채권을 발행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7' 채권을 발행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안정적인 투자대상이라고 확신했는지 의아스럽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21일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6-1'의 경우 2015년 국민연금이 조기상환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국민연금이 상환에 나서면 다른 투자자의 채권까지 상환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채권 조기상환을 산업은행이 반대한 시점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가 불거진 2015년 7월 직후이라는 주목된다. 산업은행 내부에서 분식회계와 관련해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손실 회피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채권 조기상환을 고의적으로 반대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민연금에선 산업은행에서 제시한 실사보고서 등 자료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구나 대우조선해양 2016년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자료를 토대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 노후자금에 대한 관리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국민연금 안팎에선 분식회계가 일어난 기간 동안 발행한 대우조선해양 채권에 대해 국민연금이 손실을 받아들이는 게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구체적인 채무재조정안이 제시되는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은행 측에선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국민연금에서 채권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을 감안할 경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공식발언을 통해 국민연금의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수용을 에둘러 권고했다.
◇국민연금 거부하면 P플랜 돌입할수도..득실은?=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자율적 구조조정 요건은 불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신속법정관리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돌입하고 정부의 신규 자금 지원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연금 측에선 P플랜을 통한 대우조선해양 법정관리가 손실 감축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식회계 기간 동안 채권을 발행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여 보유채권의 일부를 출자전환 하더라도 단기간에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반면 P플랜에 돌입할 경우 회생법원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대대적인 채무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보유 채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 국민연금 역시 대우조선해양 투자에 대한 책임 분담 차원에서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