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000 고지에 도달하면서 지난해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부활시키자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기되지만 정부여당은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지난 여름 세제개편안 발표로 상승장이 차갑게 식었던 상황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투세 재논의 필요성은 진보 야당에서 나왔다. 지난달 "코스피가 장중 4000을 돌파했다"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글에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금융투자소득세 재추진하실 때"라고 대응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이 의원은 지난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4000피 정도 돼야 (금융투자자들이) 세금도 감수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의원은 "대부분의 국가가 증시 상승기에 양도세를 도입했다"고도 했다.
이 의원 외에도 같은 당 이연희 의원 등이 '4000선 돌파'를 금투세 논의 시점으로 삼았다. 정성호 법무부장관도 국회의원 시절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뒤에 상승기에 여론을 모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탄핵정국과 대선이 2년여 앞당겨지고 새정부들어 폭발적인 코스피 랠리가 이어지면서 먼 미래로 여겨지던 '4000피 시대'가 일찍 도래하자 금투세 재논의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에서 연간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 그 이상에 대해선 22%(3억원 이상 27.5%) 분리 과세하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과세대상이 아니지만 증시 자금 유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시행 유예 끝에 지난해 말 폐지됐다.
'4000피' 안착으로 여건이 만들어졌지만 여당은 금투세 이슈에 대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칫 금투세 재논의가 이재명 정부 반년 최대 치적으로 손꼽히는 주식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무위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금투세 관련 논의가능성에 대해 "올해보다는 내년이나 가야 논의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국에서는 주식시장 과세대신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빚투'를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전제로 "그동안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이라며 5000피 돌파 가능성에 대해선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정이 금투세 이슈에 거리두기 하는 배경엔 지난 여름 박스권에 갇혔던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 논란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들어 급상승했던 코스피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8월1일부터 한 달 넘게 박스권에 갇혔다. 그러다 9월 초 이 대통령이 현행 50억원으로 유지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코스피는 다시 상승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