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에 베팅해 볼까?

곡물에 베팅해 볼까?

배현정 기자
2009.06.08 09:14

[머니위크]섹시맘의 좌충우돌 재테크/ 원자재펀드 도전

'닭이냐, 달걀이냐?'

요즘 주부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 '달걀'. 태초에는 닭이 먼저 있었는지, 달걀이 먼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최근 만만치 않은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주부들의 시선은 영락없이 '달걀'에 꽂힌다.

'닭 대신 달걀, 金고등어 대신 꽁치, 돼지 대신 햄….'

불황에 우는 슬픈 밥상 풍경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을까. 유치원생인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달걀 요리(?)다. '달걀노른자 + 간장 한스푼+ 참기름 두서너방울'이면 밥 한그릇을 뚝 비워낸다. 그리곤 엄마를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애교스럽게 말한다. "엄마, 또 똑같이 만들어줘~."

그러나 얼마 전 시어머니 심부름으로 재래시장에 달걀 사러 갔다 온 남편의 표정이 어두웠다. "달걀 한판 값 2000원 더 올랐어" 때문에 남편은 미리 준비해 간 장보기 비용이 부족해 자신의 용돈을 투자해야 하는 비운을 겪었다. '이러다 달걀조차 마음대로 못 사먹으면 어쩌냐.'

앞으로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 어떻게 할까. 앉아서 천정으로 치솟는 물가에 당하느니 아예 인플레이션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최근 "원자재 쪽에서 다시 한번 큰 장이 설 것"이라며 특히 '곡물'에 대한 투자를 강력 추천했다.

◆"원자재 투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5월25일 여의도의 00증권.

번호표를 뽑고 창구에 갔다. "원자재펀드에 관해 알아보려고요."

직원이 밝은 미소로 답한다. "상담실에 가셔서 편안하게 상담 받으세요."

그간 펀드 가입은 꽤 해봤지만, VIP처럼 따로 '방'으로 안내된 것은 처음. 내심 '대단한 투자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본다.

PB(프라이빗 뱅커)가 들고 온 <성향 분석> 설문을 받고 의욕적으로 체크해 나갔다. 투자 지식을 묻는 문항에는 자신 있게 '높음'에 체크하고, 위험에 대해서도 '기대 수익이 높다면 위험이 높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PB는 "적극 투자형(61~80점)이 나왔다"며 "이 같은 투자성향으로는 원자재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한다.

원자재펀드는 적극 투자형이 아닌 공격 투자형(81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그만큼 원자재펀드는 변동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이 3~4달러만 움직여도 수익률이 5~8%정도씩 출렁거려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꼭 '공격 투자형'이 아니더라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지금 사도 괜찮나?

삼성증권(92,400원 ▼2,300 -2.43%)이 지난 4월 원유와 금 등 대안투자 상품을 묶어 내놓은 '원자재 투자팩'에는 단 10일 만에 5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그만큼 원자재시장을 밝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증거. 실제 올 들어 가격이 오르지 않은 원자재는 찾기도 어렵다.대우증권(61,600원 ▼1,100 -1.75%)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구리 가격은 40%가 넘게 뛰어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설탕 가격도 각각 25.2%, 20%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덕분에 원자재펀드도 잘 나간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JP모간천연자원증권자투자신탁A'의 수익률은 무려 55.86%. 이외에도 올 들어 30~4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원자재펀드가 상당수다. 이쯤 되면 변동성 높은 상품을 기피하는 투자자라도 한번쯤 마음이 술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미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상투 잡는 건 아닐 런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전망이 밝은 투자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알리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연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최정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연초 대비 2배나 뛰어 5월27일 기준 배럴당 65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나 조정을 겪은 후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을 위시한 각 정부의 경기부양 과정에서 기초 금속 수요 등이 늘어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공성률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어 향후 조금만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으며, 이 시기는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했다.

◆곡물 살까? 원유 살까?

그렇다면 원자재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사실 원자재 투자의 방법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개인이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방법은 펀드 투자. 금을 제외하고는 직접 현ㆍ선물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원자재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재 관련 펀드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크게는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과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으로 나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그대로 즐기고 싶다면 원자재 관련 지수의 등락을 좇아가는 인덱스형펀드가 알맞다. 펀드 이름에 파생상품이 들어간다.

반면 원자재 가격 변동의 수혜는 간접적이지만 지수를 좇는 상품보다는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주식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정원 연구원은 "향후 주식시장의 가능성을 밝게 보기 때문에 광산이나 석유시추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S증권 PB는 "주식시장은 여전히 불안의 요소가 많기 때문에 기업보다는 지수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 보다 유리해 보인다"고 했다. 결국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유망 투자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원유와 곡물, 금, 기초금속 등 각 원자재별로 가장 '잘 나갈' 상품은?

공성률 팀장은 '곡물> 원유> 기초금속>금'의 순으로 유망 상품을 꼽았다. 구리 등 금속이나 기름 등은 투기자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다소 완만한 가격 상승을 보이는 곡물 쪽의 상승 여력을 보다 크게 보는 것.

반면 최정원 연구원은 "원유와 기초 금속 등 경기 부양과 밀접한 대상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흥미로운 점은 원자재 중에서 유독 '금'은 장래성을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것. 그간 금 가격이 '불안하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급등했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면 폭락할 수 있다는 견해다.

여하튼 원자재 투자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것이 분산 투자. 앞서 상담을 해준 S증권 PB는 "원자재는 워낙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전체 자산의 10~20%선에서 분산 투자하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원자재 상품별로도 분산 투자하는 게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원자재는 '간 큰' 투자자를 위한 위험 상품이라는 것. 따라서 도박하듯이 '올인'하기보단 미래 웬만한 상품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올 때를 대비해 분산 투자 대상으로 조금씩 적립해가는 방안이 강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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