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시장지배력 통한 불공정행위 적발…3년 조사끝 '철퇴'
세계 최대 휴대전화용 반도체칩 제조사인 퀄컴이 한국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휘두르며 불공정 행위를 하다가 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부과된 과징금은 무려 26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퀄컴에 대해 로열티 차별과 리베이트 제공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약 2600억원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사상 최대 금액으로, 지금까지 최대 과징금은 KT의 시내전화 공정행위 건에 부과된 1130억원이었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을 최종 확인 후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퀄컴의 불공정행위=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 2004년 4월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이동통신 핵심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싱 하면서, 경쟁사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휴대폰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자사제품(5.0%)보다 높은 5.75%를 받았다.
로열티 상한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자사 제품을 사용할 때는 20달러였지만, 타사 제품을 쓸 경우 30달러로 정했다.
퀄컴은 지난 2000년 7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CDMA모뎀칩과 RF칩 수요량의 대부분을 자사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 조건 및 금액은 휴대폰 제조사별로 다르지만, 자사 칩셋의 분기별 구매비율이 75% 등 일정비율 이상 될 경우 구매비율 및 수량이 증가할 수록 더 많은 리베이트를 줬다.
리베이트 규모는 2004년까지는 휴대폰 제조사별로 분기당 평균 420만달러, 그 이후에는 분기당 평균 820만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거래상대방 수요량의 대부분을 자신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충성할인)는 세계 각국에서 규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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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이 소멸한 뒤에도 로열티의 절반을 계속 납부하도록 만든 퀄컴의 규정도 문제가 됐다. 퀄컴은 지난 93년 체결한 CDMA 특허기술 라이선싱 계약서에 특허권이 소멸한 뒤에도 현재 부담하는 로열티의 50%를 납부하도록 하는 규정을 넣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퀄컴이 CDMA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라이선스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부당하게 기술료 부담을 줬다는 판단이다.
◇3년 넘는 조사 끝 '철퇴'= 공정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려 3년 넘게 조사했다. 최첨단 산업분야로서 사건내용이 복잡ㆍ방대한데다 고도의 경제분석과 법리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퀄컴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단서를 포착한 것은 지난 2006년 2월이다. 공정위는 같은 해 4월 퀄컴 및 국내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직권 현장조사를 시작했고, 퀄컴의 남용행위에 대해 국내외 4개사가 신고했다. 이에 당국은 2007~2008년 4회에 걸쳐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퀄컴 측의 의견도 들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이후 6회에 걸쳐 전원회의를 개최해 쟁점사항에 대해 전문가들의 증언을 직접 들었고,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서를 제출받아 반영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했다.
◇기대효과는=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국내 모뎀칩ㆍRF칩 시장에서 퀄컴에 의해 막혔던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촉진, 상품이 보다 다양해지고 가격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휴대폰 제조사 및 소비자도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모뎀칩 제조사 간의 경쟁이 더 심해지면 납품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휴대폰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 및 휴대폰 모델이 다양해지는 다양성 측면에서 혜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정위 측은 "이번 사건은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건, 2008년 인텔 건에 이어 국내시장에서 활동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퀄컴은 어떤 회사?=지난 1985년 설립된 퀄컴은 CDMA 이동통신 원천기술 보유자로, 기술 라이센싱 및 관련 부품ㆍ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를 하고 있다. 퀄컴의 사업부문은 기술 라이선싱 사업 및 칩셋 개발ㆍ판매사업,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사업 등이다.
퀄컴은 지난 1989년 CDMA방식의 통신기술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동통신 분야에서 4만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3년 퀄컴의 CDMA방식을 이동통신 표준으로 선정했고,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퀄컴에서 한국시장은 특별하다. 한국시장에서 퀄컴의 특허 라이센싱과 부품 등의 판매로 인한 매출은 약 38억7000만달러로, 2007년 퀄컴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