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돼 중앙무대 복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여파로 물러난 지 1년5개월여 만이다.
정 전 장관은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로써 '촛불'로 물러난 현 정부 인사들의 복귀가 사실상 완료됐다. 지난 10월에는 쇠고기 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이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의 최전선에 있었다. '광우병 파동'의 불똥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MBC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긴 송사를 이어갔다. 지난 2일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아레나 빈슨의 사인 등 일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 전 장관은 판결 후 "억울하게 가슴에 생긴 응어리 가운데 절반이 풀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광우병 파동' 이후 짊어지고 있었던 오랜 부담을 덜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사실 정 전 장관은 공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익산 남성고,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농업 부흥을 위해 전남 해남에 정착, 키위 재배에 승부를 걸었다. 키위 시장 개방으로 위기를 맞았던 1990년 국산 키위를 참다래 브랜드로 바꾸고, 전국 재배 농가를 묶어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발족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대도시 백화점에서 국내 첫 농민 직판행사를 주도하는 등 농산물유통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1999년 신지식 농업인에 선정됐다. 2002년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수록되기도 했다.
농업을 보호해야 할 대상에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하고자했던 이 대통령은 아무 연고 없는 그를 전격 발탁했다. 정 전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심(李心)'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17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200번이 넘는 강연을 다녔다. 이명박 정부의 철학과 5대 국정과제가 핵심 주제였다. 대학생, 최고경영자(CEO) 등 나이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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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는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지원하는 민간단체인 한식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본격적인 몸 풀기 무대는 지난 6·2지방선거였다. 한나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북지역에 '촛불파동'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달려들었다. 전북 고창 출신의 그는 재정자립도가 20%안팎인 전북의 현실을 지적하며 "중앙정부로부터의 지원을 이끌어 내 지역발전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정부와 직접 대면이 가능한 힘 있는 여당의 후보임을 강조한 것이다. 낙선이 불 보듯 뻔한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1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 기록한 사상 최다 득표였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7·14 전당대회 후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지명을 고려했으나, 정두언 최고위원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이번 정 전 장관의 지명은 순조로웠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호남에서 18%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며 "지역 대표성에다 장관까지 지낸 역량을 감안할 때 최고위원으로서의 자격이 넘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절차탁마 끝에 중앙 무대에 복귀했지만, '촛불'을 기억하는 야권과 시민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 전 장관의 내정을 "장고 끝의 악수"라고 평가절하했다. 전 대변인은 "광우병 파동의 주역인 정 전 장관의 임명은 국민을 무시 하는 이명박 대통령식 '오기 인사'를 따라하는 것"이라며 "내정을 철회하는 것이 한나라당과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 전 장관은 오는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여당 지도부 입성의 첫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