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민주주의포럼, 한국정치에 미친 영향과 의미 분석
(서울=뉴스1 안상욱 기자)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 교수)는 31일 오후 2시께 새천년관 4층에서 민주주의포럼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정치적 변화를 분석했다.
◇10·26 선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민주당
한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선거의 특징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한 응징투표였다"며 "여기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쪽은 대안이 되지 못한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민주당 등 기성정당을 우회해 안철수 등 외부에서 대안을 구하고 있는 상황에 민주당은 정당으로서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 한 위원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후보가 나타난 점을 들며 "당시에는 한나라당이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정치권 외부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은 "지금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제3후보와 달리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과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을 넘어서 대안적 가치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철수 지지층의 이념 성향 조사결과를 들며 "중도·무당파층은 탈정치·탈가치적인 층이 아니라 가치지향적인 집단이고 이들의 지향점이 진보와 접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회 여론 성장에서 분배로 변화, 계층 간 갈등 두드러져

한 위원은 "노무현 정권의 한계로 인해 경제 성장에 대한 수요가 커졌지만 이명박 정권으로 인해 '분배 없는 성장'에 절망한 민심이 이제는 복지 확충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대 갈등이 계층 갈등과 겹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의 PICK!
경제활동의 중심인 30·40대에서 고학력·고소득층 못지않게 저학력·저소득층도 야권 지지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어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자영업층, 특히 저소득층에서 탈보수화 경향을 보인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하위층으로 내몰린 자영업자층이 '좌클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정치세력은 저학력·저소득 서민층에 관련된 정치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안철수에 갇힌 선거
한 위원은 "안철수 현상은 시민사회 세력의 부상이 아니고, 기성 정당과 시민사회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태에서 밖에 있는 안철수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라며 "이번 선거의 큰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이번 선거에서 시민정치가 기성정치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이슈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는 게 한 위원의 진단이다.
또 강남에 비해 강북지역의 투표율이 낮은 점을 들며 "서민과 하층민을 대변하고 이들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지 못한 진보 진영의 책임"을 꼬집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도 "안철수와 박원순을 뺀 시민정치의 실체가 뭐냐"고 물으며 "이들이 시민운동의 합의된 결론은 아니다"라고 한 위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내년 총선·대선은 진보세력에 기회이자 위기
한 위원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현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진보세력이 이길 가능성이 크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진보의 위기'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진보진영은 진보적 의제를 제기해야 하고, 보수진영은 보다 타협적이고 포용적인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근본적으로 기업의 행태가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격적인 재분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양당제 경향이 강한 한국적 풍토 속에서 진보정당은 이를 과감히 인정하고 정치와 진보노선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조희현 성공회대교수는 "권력의 감시자였던 박원순 시장이 정치개혁운동에 뛰어들어 이 두 가지를 높은 수준으로 제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보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