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ETF 시장이 양적 성장을 이뤘다지만 레버리지, 인버스ETF에 몰린 쏠림 현상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질적 성장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글로벌 ETF 컨퍼런스'에서 조셉 호 크레딧스위스 에셋매니지먼트 상무는 국내 ETF 시장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전세계적으로도 위험 상품으로 꼽히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가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지난해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단타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인버스ETF 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급증, 'ETF종목 100개 시대'를 맞았다. 설정액도 10조원으로 늘었다.
ETF 컨퍼런스를 주최한 한국거래소는 3년 안에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레버리지와 인버스ETF의 거래대금 비중이80%에 달하는 현실은 거래소가 초청한 외국 전문가가 보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 문제도 심각하다.
하루 평균 100만주 넘게 거래되는 인기 종목이 있는가 하면 1000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도 수두룩하다.
쏠림 현상이 심하면 ETF가 추종하는 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트래킹에러(추적오차)가 크게 발생한다. 거래가 부진한 종목은 팔고 싶어도 제때 팔 수 없어 주가 하락의 피해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허수 종목들을 걸러 내지는 못할 지언정 50억원 미만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상장폐지 조치를 없앤 것은 쏠림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ETF 100종목 시대를 내세우며 시장 규모 확대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돼 있는 ETF 종목들이 운용사별로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코스피200이나 업종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주식 관련 상품이 대부분인 반면 해외주식이나 원자재 등에 투자 하는 상품은 각각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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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구리, 콩, 원유, 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상품 ETF와 달러에 투자하는 통화 ETF, 파생상품 ETF 등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으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색맞추기에 그치고 있다.
인기에 영합한 상품이 아닌 새로운 투자대안이 될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해야 ETF 쏠림 현상을 완화시킬수 있을 것이다. 내실 없이 외형만 커져 부작용이 확산되기 전에 금융당국과 거래소, 업계가 ETF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