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구조조정하면서 퇴직금 챙기는 그분들"

[Book]"구조조정하면서 퇴직금 챙기는 그분들"

백진엽 기자
2011.12.10 06:00

<오! 당신들의 나라>

"2007년 1월, 주가 하락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홈디포의 CEO 로버트 나델리는 퇴직금으로 2억1000만달러를 받았다. 실패한 CEO가 받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 아니냐고?

나델리가 실제로 어떤 형편인지는 알고 비난하는 것인가? 엄청난 부양비를 대야 하는 전처가 열명쯤 있을 수도 있고, 그 전처들이 장애 등으로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돈은 해고된 CEO에게 주는 이사회의 '팁'이었을 수도 있다. 고작 20%의 팁만 주는 우리에게 '팁이라면 300%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긍정주의 바람이 불 때 긍정주의의 폐해를 고발한 '긍정의 배신'으로 독자들에게 인상을 남겼던 독설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그가 이번에는 1%에 배신당한 99%의 분노를 역시 유쾌한 독설로 풀어냈다. 에런라이크의 신간 '오! 당신들의 나라'는 약자를 짓밟고, 부를 독식하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린 1% 초부유층을 정조준하고 있다.

직원들은 대량 해고해 놓고 전별금으로 수억달러를 챙기는 대기업 CEO, 가난한 환자를 내치고 경찰까지 동원해 치료비를 받아내는 병원, 엄청난 보험료를 받고도 보상은 절대 해 주지 않는 보험사 등의 행태를 풍자와 야유로 통쾌하게 비꼰다.

'나는 꼼수다'와 '애정남', '사마귀유치원'에 열광하는 시대다. 도덕과 정의가 실종된 비틀린 시대에는 정공법보다 풍자와 조롱과 야유가 더 와닿기 때문이다. 에런라이크는 이런 풍자와 야유를 잘 구사하는 대표적인 독설가다.

"다음에는 CEO 자리를 아웃소싱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누군가 생각해 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해서 줄일 수 있는 비용이야말로 엄청날 뿐더러 중국인이나 인도인이 CEO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이유도 전혀 없다. 그들은 미국 CEO 연봉의 10분의 1 이하만 받고도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애런라이크는 이 시대 99%가 분노하는 이유를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 중 하나가 '의료보험 산업'이다. "사담 후세인은 1만8000명의 미국인을 죽이지 않았다. 소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애국적 분노와 막대한 군비 지출로, 후세인의 경우엔 무장 침공으로 적을 제압했다. 그런데 왜 보험 산업 앞에서는 겁을 집어먹을까.

내게 한가지 계획이 있다. 첫째, 대형 보험사의 위치를 알아낸다. 대단한 첩보 활동은 필요치 않다. 구글이면 충분하다. 둘째 그 보험사들의 방어 병력을 파악한다. 성난 고객들로부터 본사를 지키기 위해 상당수의 경비원들이 있겠지만 그 정도는 몇개 여단만 동원하면 제압할 수 있다. 셋째 보병대 공격에 이어 필요하면 공습도 고려한다."

이 책의 원제인 'This land is Their land'는 미국의 포크송 제목이다. 노래를 만든 우디 거스리는 포크 가수이자 사회 활동가로 대공황기 이후 피폐해진 민중의 삶을 노래했다.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부를 독식한 1%의 '꼼수'를 꼬집은 에런라이크의 독설을 따라가다보면 처음에는 통쾌하다가 끝내 가슴이 서늘해진다.(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전미영 옮김,부키 펴냄,296쪽,1만38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