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은 인간을 존중하며 생명을 해치지 말아야 합니다. 충전도 너무 많이 하면 안 됩니다."
오는 24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이 '로봇 스님'을 등장시키는 행사를 열었다. AI(인공지능) 시대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로봇 관련 규정을 마련해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줄어드는 신도 수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조계종은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로봇 수계식'을 개최했다. 수계식은 불교에 입문하는 신도가 계율을 지키겠다고 맹세한 뒤 정식 불자가 되는 의식이다. 사람 외의 대상이 참여하는 수계식으로 '반려동물 수계식'이 열린 적은 있지만 로봇이 참여하는 수계식이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수계식에는 조계종 총무부장 성웅스님, 조계사 주지 원명스님 등 불교계 인사와 수십여 명의 신도가 참석했다. 로봇 스님으로는 한 달간의 수행을 마친 휴머노이드 로봇 1대가 참석했다. 가사를 걸친 로봇은 연등회 스티커를 붙이고 목에 108 염주를 건 채 스스로 걸어 입장했다.

로봇은 부처님과 가르침, 승가(수행 집단) 등 세가지에 귀의한다는 '삼귀의' 과정에서 합장한 채 고개를 숙였다. 스님이 "세 가지에 귀의하겠는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겠는가" 등 질문을 하자 "예, 귀의하겠다", "예, 하지 않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다섯 가지 계율을 뜻하는 '오계'가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계는 인간 불자들에게 주어지는 규정이지만 이날 수계식에서는 로봇의 특징에 맞춘 오계가 발표됐다. '생명을 해치지 않을 것'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을 것', '인간을 존중할 것', '기만하지 않을 것', '과충전하지 않을 것' 등 다섯 가지다. 참석자들은 오계를 함께 외치며 의식에 동참했다.
조계종 총무부장 성웅스님은 "유정(인간, 동물)과 무정(무생물) 모두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했으니 로봇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새롭게 탄생한 로봇 스님이 진실한 불자로서 역할을 다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도 "로봇이 우리 사회와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한 기본 규범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로봇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기본 계율을 바탕으로 로봇을 훈련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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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수계식을 불교계가 로봇 활용을 늘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성원스님은 "로봇의 법문을 듣고, 출가자들의 절반 이상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며 "로봇 신도의 모습도 좋지만 (불교) 발전을 이끄는 로봇 스님도 좋다"고 말했다.
로봇은 이날 행사에서 '가비'라는 법명을 받았다. 가비 스님은 수계를 받은 후 참석자들과 함께 탑돌이 행사에 참여했다. 오는 16일 종로 일대에서 열리는 연등 행사에도 가비 스님과 '석자', '모희', '니사' 등 법명을 받은 로봇 스님 3대가 함께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