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된 세법", 16년만에 수술대 오른다

"누더기된 세법", 16년만에 수술대 오른다

김진형 기자
2012.01.04 06:58

96년 이후 큰 변화 없었던 과표구간·40% 달하는 과세미달자 등 개편 필요성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에 대해 "세법 자체를 누더기로 만드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9월 정기국회에 부작용을 보완할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판 버핏세'에 대한 원포인트 보완책도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새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2월 국회에 과표구간 개편 방향에 대해 보고키로 했고 정치권도 조세개혁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세법 새판 짜기'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96년 이후 유지돼온 소득세, 전면 개편 필요해= '한국판 버핏세'가 도입되기 전까지의 소득세 과세표준구간은 1200만 원 이하 6%, 1200만 원 초과~4600만 원 이하 15%, 4600만 원 초과~8800만 원 초과 24%, 8800만 원 초과 35%였다. 1996년 4단계의 과표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2005년 한차례 상향 조정된 것을 빼고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통과된 '한국판 버핏세'로 올해부터 '3억원 초과 38%' 구간이 신설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는데 과표구간이 상향되지 않아 전체적인 국민들의 세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96년 당시 4만2000명이던 최고세율 적용 소득자는 현재 21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따라 실질소득은 감소하는데 세금은 똑같이 내야 하는 문제도 지적돼 왔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가구의 월평균소득 증가율에 비해 소득세는 2배 이상 징수됐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들은 소득세에 물가를 연동시켜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 40% 한 푼도 세금 안내는 현실 바꿔야= 그렇다고 소득세 부과를 물가에 연동시키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각종 공제제도를 통해 납세자들의 실질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또 소득세 과표구간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그동안 적용 세율은 하향 조정돼 왔다.

특히 각종 공제와 감면제도로 세금을 1원도 내지 않는 '과세 미달자'가 선진국에 비해 많다는 점도 문제다.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와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할 경우 과세미달자는 더욱 늘어나 세수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에 비해 소득세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과세기반을 악화시킬 수 있고 정부의 조세정책을 통한 정책 유연성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반론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과표구간 조정을 각종 공제제도를 정비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세소위 위원인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과세체계를 흔들지 않으려다 보니 공제를 남발해 온 문제가 있다"며 "과표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각종 공제제도는 일몰에 맞춰 없애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분야에 대한 개혁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세법도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다만 조세제도는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시점의 사회, 경제적 상황 등 여러 맥락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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