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대형 분양 고전…"조합원 조차 외면, 중소형 설계변경"
재개발·재건축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중대형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대형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조합원이 중소형을 선호하면서 중대형이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미분양사태가 이어지자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등 극약처방에 나섰지만 중소형은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되는 반면 중대형을 찾는 수요는 갈수록 눈에 띄게 줄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마포구 용강2구역을 재개발해 분양한 '래미안 마포리버웰'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1·2순위 동시청약에서 중대형인 114㎡(이하 전용면적) 2개 주택형 모두 미달됐다.
23가구가 분양된 114㎡A는 1·2순위 청약에 9명만 접수했고 37가구가 나온 114㎡B도 12명이 신청했다. 114㎡형은 이어진 3순위에서 마감됐지만 114㎡A의 경우 해당 지역 미달로 타지역 청약접수분까지 가서야 가까스로 순위 내 접수를 마쳤다.
서울 서초구 방배2-6구역 단독주택 재건축단지로, 지난 2월에 공급된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 215㎡(20가구)는 순위 내 마감됐지만 1~2순위에선 청약통장을 사용한 예비청약자가 1명에 그쳤다.
지난달 GS건설이 선보인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호18구역 재개발단지 '금호자이2차'도 마찬가지. 총 24가구를 모집한 114~115㎡는 3순위까지 청약자가 3명에 불과했다.
재개발·재건축아파트의 경우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조합원이 추가부담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정을 원하는 등 중대형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조정에 들어가고 실수요자들이 중소형으로 옮겨타면서 대형주택형의 침체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부담금이 적고 매매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다 수요가 받쳐주는 중소형에 대한 조합원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실제로 강동구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4.8%가 165㎡대(50평) 이상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주택형별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도 165㎡ 배정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0.84%, 186㎡를 꼽은 조합원은 0.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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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합원조차 외면하면서 계획된 중대형은 대부분 일반물량으로 나오고 있지만 최근 수요 경향 자체가 중소형으로 옮겨가면서 중대형 미분양사태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은 결국 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시공사들이 대형주택형의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이는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다시 미분양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대형주택형이 미분양되면 조합원은 물론 건설사도 타격을 받는다"며 "조합들도 수요가 확인되는 중소형을 중심으로 정비계획을 짜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대형 위주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중소형으로 바꿔 가구수를 늘리는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했다. 개정된 조례안은 주택건립 가구수와 관련,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증감범위'를 기존 '10% 이내'에서 '30% 이내'로 확대하고 경미한 변경에 대해선 건축심의와 주민공람 및 지방의회 의견청취 등 행정적인 인·허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강동구 고덕시영 재건축조합은 대형을 줄이고 소형물량을 확대, 공급물량을 3263가구에서 3654가구로 늘리는 설계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설계 변경에 따라 공사비가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 미분양으로 인한 사업지연 비용을 감안하면 면적 줄이기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