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펀드의 비애, "은행뚫는데 3년 걸렸지만"

베스트셀러 펀드의 비애, "은행뚫는데 3년 걸렸지만"

권화순 기자
2012.07.22 17:22

설정액 1조펀드, 대형 은행에서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

#.지난달 16일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1.5배 레버리지 인덱스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레버리지펀드는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일반 인덱스펀드 대비 위험이 높은 펀드로, 지난 2009년 NH-CA자산운용이 첫 출시 한 이후 수탁고 85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여러 운용사에서 유사 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NH-CA운용의 레버리지펀드 판매사는 KB국민은행을 포함해 42개사로 늘었다. 베스트셀러임에도 국내에서 가장 큰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은 지난달에야 '막차'를 탄 셈이다.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계열운용사 펀드 밀어주기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당국의 조치가 일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며, 반드시 동일 유형의 펀드를 함께 제시해 펀드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KB국민은행이 NH-CA운용의 레버리지펀드를 판매한 것도 당국의 이런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운용업계의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KB국민은행은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펀드 판매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NH-CA운용 펀드는 3년전 이미 출시된 펀드고 KB운용 펀드는 이번에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NH-CA운용이 히트를 치면서 레버리지펀드는 이미 투자자 수요를 확인한 상품"이라며 "당국이 계열사펀드를 팔기 위해선 동일 유형의 펀드를 제시하도록 했기 때문에 은행에서 KB운용 펀드와 NH-CA운용 펀드를 동시에 판매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모든 판매사로 확산된 것은 아니다. NH-CA운용의 레버리지 펀드는 다른 대형 판매사인 우리은행에선 여전히 가입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계열사인 우리자산운용이 새롭게 선보인 우리1.5배레버리지인덱스펀드 판매를 시작했지만 NH-CA운용의 레버리지펀드는 팔지 않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가 히트를 치면 판매사들은 그 펀드를 가져다 파는 게 아니라 계열운용사에 비슷한 유형의 펀드를 출시하고 요청해 유사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이런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설정액 1조원을 넘는 '공룡펀드'도 대형 판매사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파워인덱스'의 경우 판매사가 38개에 달하지만 국민은행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으며,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는 설정액이 1조3591억원에 달하지만 4대 은행 중 신한은행에서는 가입할 수 없다. 은행계열사가 없는 한국투신운용의 '한국의 힘'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판매사로 확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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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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