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시대 新 투자 패러다임]中 '장기·적립·분산' 핵심도 중위험·중수익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펀드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스마트 투자자들이 꾸준히 몰리는 펀드들이 있다. 바로 '시중금리+α'를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펀드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중위험·중수익 펀드 투자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은퇴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고위험·고수익 투자수요를 변화시킨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 채권형겦주식형=실제로 펀드 보릿고개에서도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채권형펀드와 절대수익추구형펀드, 헤지펀드 등에는 올들어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2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내 채권형펀드에는 연초 이후 4701억원(상장지수펀드 제외)의 자금이 들어온 데 반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1조1420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4조1026억원이, 국내 채권형펀드에는 4416억원이 순유입된 것과 정반대다.
국내 채권혼합형펀드와 절대수익추구형펀드도 연초에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최근 순유입으로 전환돼 각각 480억원, 415억원이 들어왔다.
해외펀드도 마찬가지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는 올들어 2조1732억원이 유출된 반면 해외 채권형펀드로는 3740억원이 유입됐다.
수익률도 양호하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과 국내 혼합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3.17%, -0.95%인 데 반해 국내 채권형펀드는 3.58%를 기록했다.
해외펀드도 해외 주식형과 해외 혼합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13%, 2.51%인 데 반해 해외 채권형펀드는 시중금리의 2배에 달하는 7.66%를 올리고 있다. 특히 해외 채권형펀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하이일드채권과 아시아 이머징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10%가 넘는 고수익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신흥국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이머징마켓[채권-재간접]ClassA’는 연초이후 13.11%로 해외 채권형펀드 중 가장 우수했고,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월지급식아시아하이일드’는 12.6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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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중에서는 지난해 말 설정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가 설정 7개월여 만에 7.2%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롱숏을 고집하지 않고 시장상황에서 따라 유연히 대처한 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진화하는 투자 3원칙=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투자원칙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의 3원칙으로 '장기·적립·분산'을 꼽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조건부 장기투자·분할매수·새로운 분산 전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과거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성장이 글로벌 성장을 주도하던 때는 '오랫동안 묻어두면 돈이 된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신흥국 성장이 둔화되고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글로벌 성장률이 3~4% 떨어진 상황에선 장기투자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장기투자를 대신해 새롭게 부상하는 전략은 '조건부 장기투자'로 연금이나 은퇴자산 마련을 위해 채권,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장기투자하면서도 공격적 투자를 목적으로 할 때는 위험자산을 활용하는 단기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분할매수 전략도 추천된다.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횡보장세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거금을 한번에 투자하기보다 조금씩 저가매수해 일정 수익률이 됐을 때 매도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분산투자 전략도 단순히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기'가 아닌 수익성이 좋은 자산을 찾아 분산투자하고 시장상황에 맞춰 옮겨 타는 '스마트 분산투자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자산쏠림 현상이 대두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PWM 팀장은 "지난해부터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자산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위험자산이 저평가된 상태기 때문에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