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도 친구가 될수 있는 것이 매력이죠"

"난민과도 친구가 될수 있는 것이 매력이죠"

김정주 기자
2012.08.14 07:00

비영리 공익법인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의뢰인과 단순히 사건으로만 만나는 게 아니라 그들과 친구가 되는 것, 그것이 공익법인 변호사의 매력이죠."

비영리 공익법인센터 '어필'(Apil·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의 김종철 변호사(41 ·사진)는 소송 이후에도 의뢰인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면서 친분을 쌓는 변호사로 유명하다.

그는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 장기구금 이주자, 해외 한국기업의 인권침해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1월 출범한 어필을 만든 장본인이다. 김 변호사는 인권 활동에 자신의 온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로펌을 나와 어필을 만들었다. 전 로펌에서 1년간 재정 지원을 받다가 소액 후원자의 도움으로 올해 초 자립에 성공했다.

김 변호사는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일본 등 세계 10여 개국을 돌아다녔다.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고 사건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함께 일하는 어진이 변호사(30여)와 정신영 변호사(31여)도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필은 지난해 12건의 사건을 맡아 5건을 승소했다. 김 변호사는 그 중에서도 열두 살 때 에티오피아를 떠나 세계 각국을 떠돌다 한국으로 들어온 에티오피아인 A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가 지난해 A씨를 처음 만났을 때 A씨는 전쟁을 피해 홀로 여러 나라를 전전하느라 자살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이 절박했던 A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건 무리였다. 김 변호사는 수소문 끝에 A씨에게 정신과 의사를 소개해줬다.

결국 A씨는 올해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치료 후 상태도 호전됐다. 김 변호사는 "A씨가 고국을 떠났을 때 나이가 딸 아이와 같은 열두살 이었다"며 "어린 나이에 갖은 고생을 겪었을 것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사건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을 겪은 적도 많다. 우즈베키스탄 난민 B씨는 올해 초 소송 도중에 강제소환을 당한 뒤 실종됐다.

이후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강제실종에 관한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으나 허사였다. 김 변호사는 "난민거부 통지를 받은 날 강제소환을 당했다"며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괴로운 적도 많지만 김 변호사를 일으켜 세우는 건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다.

"사건이 매개가 돼서 의뢰인을 만나게 됐지만 사건이 끝난 후에도 서로 안부를 물으며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아무런 네트워크가 없는 그들에게 한국인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준다는 건 정말 뿌듯하고 기쁜 일입니다."

일 년간 세계 각국을 뛰어다닌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들이 제출한 이주아동구금 관련 보고서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조항에 반영되기도 하고 같은 해 아시아 최초로 독자적인 난민법을 통과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는 아직도 산더미다. 인신매매, 난민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과 국내 법제도가 너무나 미비한 탓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함께 외국인 상대 인신매매 방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사회적 약자가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며 "얼핏 변호사와 평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지만 평화를 이루는 게 어필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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