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57)이 사의를 밝힌 가운데 사퇴 입장문 발표 태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대표팀 감독직을 다시 맡는다는 건 내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고, 주어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인가, 한국 대표팀을 위한 선택인가' 선수를 선발할 때도 훈련을 준비할 때도 내내 이런 질문을 내게 던졌다"며 "내가 내린 판단이 모두 옳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한국 축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은 내려놓지 않을 것이고, 한국 축구가 다시 응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빠르게 입장문을 낭독한 후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미디어)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모습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을 내려놓는 태도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질의응답 없이 1분 30초 남짓한 입장문만 읽고 퇴장한 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스포츠 캐스터 박종윤은 이날 유튜브 채널 '이스타 TV'를 통해 "이건 기자회견이 아니라 입장문 발표"라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 건데 라이브도 아니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이어 "그래도 2년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지 않았나. 워딩과 표정, 전달 형태가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축구 해설위원 이주헌 역시 "써온 입장문을 그냥 쭉 읽는데 아무렇지 않게 '사임합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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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은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을 다시 맡았는데 성적이 나빠 비난이 쏟아지니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모욕적일 것"이라며 사퇴 발표 당시 홍명보 감독이 보인 태도가 모욕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봤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잘 책임지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내가 모욕적이라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면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라면 입장문, 말하는 뉘앙스, 전달하는 형태가 다 이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문 속에 '대한민국 축구'가 많이 등장하는데, '나의 축구' '홍명보의 축구 인생'이라고 하면 다 맞지 않냐"고 일침을 가했다.
누리꾼들은 "끝까지 화나게 하네" "이게 책임이야? 이게 책임지는 거냐고" "거들먹거리고 당당한 목소리가, 주머니에 손 넣고 고개 빳빳하게 들고 나가는 저 모습이 어이없고 화난다" "홍명보라는 사람이 축구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상 초유의 녹화 회견" "공 잘 찬다고 얼마나 오냐오냐 키웠을지 감도 안 온다"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화법과 태도다. 반성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태도와 말투가 안 나온다. 잘못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1로 패배한 데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도 0-1로 무기력하게 패배해 1승 2패(승점 3, 골 득실 -1)를 기록, 조 3위에 머물렀다.
자력으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사흘 동안 다른 조의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지만 결국 모든 경우의 수가 한국을 외면하며 조 3위 팀 중 10위, 최종 34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