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격전지 부산 눈치에 입장 바꿔..문재인, 법안 찬성해 놓고 부산에선 '반대'
정부가 도입키로 한 파생상품거래세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가 지난 총선에서 공통으로 내건 공약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말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갑작스런 정치권의 U턴(유턴)에 당혹해 하고 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년 세법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파생상품거래세 부과안이 여야 반대에 부딪혀 있다.
정부 안은 선물거래에 0.001%, 옵션에 0.01%의 거래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과의 과세형평성을 확보하고 파생상품시장의 단기과열 투자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다만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시행을 3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파생상품 시장 자체를 죽일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거래세 부과가 여야의 총선 공약이었기 때문에 국회통과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여야 의원들은 총선 이후 '증권거래세법 일부 개정안'을 잇따라 국회에 제출하며 공약 실행 의지를 보였다.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여야 의원 127명이 '찬성의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진영 새누리당 의원 법안은 13명이 공동 발의했다.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141명이 찬성하는 법안인 셈이다.
이들 법안은 세율이 정부안보다 높고 시행시기가 내년부터로 돼 있어 통과 여부보다는 세율과 시행시기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작 법안 심사에 들어가자 상황은 반전됐다. 여야 모두 파생상품거래세 부과에 반대 입장을 들고 나왔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생상품거래소가 있는 부산이 파생상품 특화도시를 추진하면서 이 지역이 파생상품거래세 부과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산 출신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파생상품거래세 부과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부산에서 '파생상품거래세 부과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문 후보는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보다는 자본소득 과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기 보다는 차익이 발생할 때만 부과하자는 것이다.
문 후보는 설훈 의원이 발의한 파생상품거래세 부과 법안의 찬성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127명 중 한 명이다. 본인이 찬성한 법안에 대해 이제 와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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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거래세 보다는 자본이득과세가 맞는 방향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당장 자본이득과세로 갈 수는 없다는 게 정부 뿐 아니라 세법 전문가들의 중론"이라며 "자본이득과세를 하자는 것은 파생상품에 과세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주식에도 아직 전면적인 자본이득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거래에 연동하는 파생상품부터 과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도 최근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양도소득세도 부과돼야 하지만 증권거래세를 우선적으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꼭 채택돼야 할 조세개혁과제 중 하나로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를 꼽았다.
이지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는 여야의 총선 공약인데다 정부도 동의해 도입이 유력한 사안이었는데 문 후보의 반대가 (과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공평과세 차원에서 추진하는 파생상품거래세 부과도 못한다면 부자증세를 하자는 (민주당) 주장도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