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3-1>교통안전이 곧 복지]'교통안전 불감증'잡아야 선진국
'한해 5000여명 사망. 30여만명 부상.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 세계 최고.'
최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지만 높아진 국격과 시민의식에도 불구하고 유독 선진국의 위상을 갖추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교통안전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연간 5000여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30만명을 훌쩍 넘는다. 그 결과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이후 줄곧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OECD 가입국 중 상위를 달려 '교통안전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잠시나마 감소세를 보였던 교통사고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4일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6만659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가 늘었다. 사망자수는 3892명, 부상자 수는 25만3431명으로 각각 4.7%와 1.8%씩 늘었다. 교통안전 테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해 교통사고 줄이기에 나선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175명이 더 사망하고 4282명이 더 다친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비교하면 우리의 뒤처진 교통안전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0년 기준 국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2.64명으로 OECD 평균인 1.1명 보다 2.2배 많았다. 일본(0.69명), 독일(0.70명)과는 비교를 하기 부끄러울 정도고 미국(1.30명) 보다도 2배 많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도 11.3명으로 OECD 평균 7.0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OECD 회원국 32개 가운데 최하위(30위) 수준이다.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2010년 한 해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따져보면 12조원에 달한다. 연간 GDP(국민총생산)의 1.1%, 국가 예산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 5천명, 일평균 14명 사망…안전불감증이 최대 원인=전문가들은 잦은 교통사고의 최대 원인을 안전 불감증에서 찾는다. 운전자의 안전의식 수준이 낮아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많다는 얘기다.
도로안전공단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교통사고를 주요 법규위반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사고의 70.1%가 '안전운전 불이행'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운전 불이행이란 신호위반 등 의도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운전에 집중하지 못한 결과로 발생한 사고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조작이나 담배, 라디오 조작, 졸음운전, 운전미숙, 난폭운전, 제동장치 조작 불량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안전운전 불이행에 따른 사망사고가 워낙 많다 보니 중앙선침범(10.1%)이나 신호위반(7.2%) 등 의도적 위반행위로 인한 사망사고의 비중은 오히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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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사고의 52%도 안전운전 불이행이 원인으로 꼽혔다. 2위인 신호위반(12.7%), 3위인 안전거리 미확보(11.9%)와 격차 역시 상당하다.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들의 이유를 보면 조금만 주의했으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안전운전을 하지 않은 운전자의 36.7%는 졸음운전, 20.0%는 운전 중 휴대 전화사용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답했다.
◇'운전중 DMB시청'..위태위태=전문가들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 1위인 안전불감증을 깨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들이 손을 잡고 교통사고 예방 활동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통사고 예방 노력이라면 손해보험업계도 빠지지 않는다. 손해보험사의 수익에 직결되는 '손해율'(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실제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이 교통사고 발생 정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손보업계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휴대폰 조작을 금지하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5월 경북 의성군의 한 국도에서 훈련을 하던 상주시청 소속 사이클 여자선수 3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도 DMB 시청을 하던 25톤 트럭 운전사였다.
운전이 직업인 사람들 외에 일반인들도 출퇴근길 운전 중에 무심코 DMB를 켜는 경우가 많다. 운전 중 DMB를 시청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는 법안(도로교통법)이 국회 상정된 상태지만 법제화가 되더라도 습관으로 굳어진 'DMB켜기'가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 정도야 괜찮겠지'..죽음을 부르는 질주=운전 중 DMB 시청만큼 위험한 것이 음주운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음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14%, 부상자수의 15%에 달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상자로 인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5907억원으로 1인당 2063만원 꼴(2010년 기준)이다. 그런데도 '음주운전' 문제는 사회적 관용의 영역에 속해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현행 음주운전 금지기준(혈중 알콜농도 0.05%)은 1962년 제정된 뒤 50년 넘게 그대로다. 선진국의 수준(혈중 알콜농도 0.03%) 보다 크게 낮을 뿐 아니라 동승자에 대한 처벌기준도 없다.
업계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높이는 한편 함께 탄 사람과 운전자에 술을 판 사람도 함께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을 통해 강제로라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게 하자는 것이다. 지자체의 노력도 중요한 만큼 각 관할서 내에 음주운전 집중단속팀을 신설하는 등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노인 배려·에어백 장착 문화 정착도 필요=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노인 교통사고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상자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노인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1년 기준 노인 교통사고는 2만6483건이 발생해 1724명이 사망하고 2만7999명이 부상을 입었다.
노인 교통사고는 노인정이나 및 주택가의 노인 보행 다발지역을 실버존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학교 근처의 어린이 보호지역인 '스쿨존'이 확산되면서 지난 2011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년보다 36.5%나 감소한 사례가 있다.
고령 운전자는 운전면허 갱신요건을 강화하고 노인용 교통안전 지침서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손보업계의 지적이다. 노인운전자와 보행자 등을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한편 노인 스스로도 안전의식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 내 에어백 등 안전장치 장착,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는 일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손보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이밖에 예산 확보 등으로 각 지자체의 노력을 독려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민안전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국민들이 교통사고의 공포에서 벗어나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도 해결이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