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환자'의 천국…줄줄 새는 자동차 보험료

'나이롱 환자'의 천국…줄줄 새는 자동차 보험료

정현수 기자
2013.03.05 07:31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3-2> 자동차보험 사기]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기로 보험료가 부당하게 할증됐다가 돌려받은 사람은 총 1137명에 이른다. 환급 금액으로 따지면 3억1800만원이다. 그나마 사법기관에서 보험사기로 최종확정한 사안만 집계한 수치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이들이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보험업계가 보험사기 적발에 기여한 신고자에게 지급한 포상금 17억2000만원 중 허위·과다 사고의 비중은 96.7%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0년부터 2년 동안 형사재판을 받은 보험범죄자 796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동차범죄 관련 범죄자가 81.8%로 나타났다.

자동차사고가 났을 때 "일단 눕고 보자"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실제로 경미한 자동차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번에 한 몫 제대로 잡겠다"며 부러움 섞인 농담을 건네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사행심리를 조장할 뿐 아니라 선량한 피해자들까지 양산해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기 규모는 연간 3조4000억원 수준이다. 국민 1명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기의 대부분은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한다. 교통사고 환자의 대부분이 목, 허리를 삐거나 타박상을 입은 경상환자임에도 이들 중 60%는 입원 처리된다. 이웃한 일본과 비교했을 때 10배나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에 대한 입원기준을 국토부 고시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경상환자 입원기준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입원기준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과 진료비수입 감소를 우려한 의료계의 입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상환자 입원기준을 고시에 반영해 강제성을 갖추면 자동차보험료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국토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불필요한 입원치료를 줄이면 자동차보험료의 평균 7.6%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감원이 발표한 '보험범죄 형사판례집'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범죄자 중 76.2%는 벌금형에 그쳤다. 집행유예도 15.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징역형으로 이어진 경우는 8.1%에 불과했다. 1인당 편취금액이 작아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형법에 보험범죄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의원입법도 추진됐지만 아직까지 입법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느슨한 형사처벌 규정은 한탕주의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학생과 주부 등 일반인들까지 거리낌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이유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별다른 죄의식 없이 보험금을 과다청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도 중요하지만 예방 역시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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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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