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공기관 경영의 연속성을 위하여

[MT시평]공공기관 경영의 연속성을 위하여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2013.04.18 06:00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올해도 5년 전 이맘때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수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 '전문성' '대통령의 측근' '낙하산 인사 교체 및 불가' '선거공신' 등 쏟아지는 말들이 과거 정권교체기 때와 어쩌면 그리 같은지 놀라울 지경이다.(어쩌면 놀랄 필요도 없는 일상화된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기관장의 교체가 불확실성 속에서 논의되면 그 조직은 구성원 모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너도나도 한 말씀하는 개혁의 대상이 아닌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조직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면 좋겠다. 공공성과 자율성이라는 근본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니(특히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것이 정부행정의 중요 지표 중의 하나라 강조하기도 하니) 대신 맡아 하게 한다는(그래서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로부터 독립시킨다는 것은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혁신을 위하여 TF팀을 만들어 운영하고자 하여도 각 직급별 TO 때문에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웠다는 전직 공공기관장의 푸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경영마인드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수익원을 찾는 노력은 더더구나 불가한 일이다. 정부를 대신하는 조직이라면 공공성이 강하다는 의미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껴 쓰는 정도로 이해하여야 하지 않을까. 정부에게 유리한 것은 공공성을 강조하고 공공기관이 잘못한 것은 경영혁신의 이름으로 비판하지 말자.

공기업의 경우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채가 위험수준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기업은 부채 수준이 그만큼 되면 위험 사인을 보내 무언가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 부채규모가 커졌을까. 부채의 상당 부분은 원래 정부가 부담하여야 하는 것을 여러 가지 이유로 공기업에 전가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빚은 여러 지표상으로 규제를 받으니 만만한 것이 공기업이라고 덮어씌운 것은 아닐까. 이 정도의 부채규모로서는 아무리 마른 걸레 쥐어짜듯이 운영비를 줄이고 혁신을 한다 하여도 방법이 없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공공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전 전직 사장의 사임 이유 중 하나가 전기료를 올리려는 중에 첨예화된 정부와 갈등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경영평가를 받을 때 재무 건전성이 포함되니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수밖에 없다. 코레일의 용산개발이 너무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예산권도 없고 인사권도 없고 시장형 공기업의 경우 가격결정권도 없는 상황 아래서 더구나 때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떠맡아 하면서 어떻게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까. 오로지 대박만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었을까. 단 한 번의 투자로 부채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였던 공기업의 애달픈 모습이 어른거린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기관장은 어떨까. 자신이 책임을 지고 있는 조직을 위하여 일하는지 자신을 위하여 일하는지 모호하게 행동하는 기관장을 보는 것이 아주 어렵지 않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필자가 잘 아는 분이 기관장으로 있는 공공기관의 홍보성 라디오 광고를 들으면서 '내가 아는 그 사람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목소리 좋고 설득력 있는 화법의 전문가가 광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장이 그 기관의 홍보성 광고에 직접 출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투박한 모습이 역으로 신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을 모르는 바 아니나 어떤 분들은 사투리가 심하기도 하고 전달력도 좀 떨어지는 분들도 있다. 사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의 자사광고 출연은 대단히 위험부담이 큰 광고방법임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이 최고경영자가 광고에 나오면 흥미를 갖기는 하지만 효과를 거두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최고경영자가 조직 자체를 위한 진지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개인적 카리스마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기관장이 자사 홍보성 광고에 직접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를 통해서 진심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까. 꼭 그 기관의 대표가 나서서 국민에게 호소해야 할 사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자신을 홍보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자율성과 공인의식. 너무도 평범한 진리지만 실현되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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