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보신탕이 '병든' 만원짜리 푸들?

어제 먹은 보신탕이 '병든' 만원짜리 푸들?

황보람 기자
2013.07.10 06:30

늙은 애완견 헐값 경매 식용 '둔갑'…병걸린 개도 '도축'

2010년 10월 인천의 한 개농장에서 죽은 개가 방치돼 썩어가고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2010년 10월 인천의 한 개농장에서 죽은 개가 방치돼 썩어가고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1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는 2010년 여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개농장에서 도살 직전에 있는 개 30여마리를 데려왔다. 동물을 사고팔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재래식 화장실'같은 농장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 우려대로 구조해온 개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새끼들은 모두 죽고 10마리 정도만 겨우 목숨을 살렸다. '개 인플루엔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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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년 11월 서울 청량리 도살장도 마찬가지였다. 구조된 '찰스'와 다른 5마리 모두 '홍역'에 걸려 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2마리는 곧 안락사됐다. 다행히 홍역을 이겨낸 찰스는 미국으로 입양을 앞두고 있다. 박소연 동사실 대표는 "그냥 놔뒀다면 모두 병든 상태로 '개고기'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해마다 복날이 가까워지면 '개고기 합법화' 논란은 재가열된다. 개고기 식용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위생'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축산물로 분류되지 않아 법적 규정이 없는 '개고기'는 축산과 유통, 도살 등 전 과정에서 '위생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늙고 쓸모없는 개들은 모두 '식용' 대상

"늙었지만 애를 밸 수 있는 개들은 20만원.(작은 유기견을 가리키며) 쟤들은 1만원에서 3만원. 푸들만 아니라 모든 애완견이 나이가 들면 경매장에 와요. 나이 들고 쓸모 없는 개들은 고기용으로 팔리지. 말라뮤트, 허스키는 고기용도 되고 개소주용도 되고. 값싼 종들은 다 개소주집으로 가"(2012년 동물사랑실천협회 한국 개고기 산업 인식조사보고서 일부)

개고기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개사육과 유통, 도살은 모두 업자들의 자체교류로 이루어진다. 개농장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유통 창구'가 된다. 개농장 환경이 개고기 위생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동사실 조사팀이 2011년 10월에서 지난해 5월 사이 전국 개농장과 도살장 등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개농장은 '등록 및 허가' 없이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개를 먹이는 것부터 죽이는 방식까지 모두 '위생'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이뤄진다.

동사실 관계자는 "개농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오물도 제대로 치우지 않는 것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와 도살하고 남은 개 부산물을 한 데 끓여 개에게 먹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7월, 개농장 철창 안이 배설물로 가득차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2012년 7월, 개농장 철창 안이 배설물로 가득차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동사실 회원들이 지난 4일 방문한 남양주의 한 개농장에서도 오물이 가득한 뜬장에서 200여마리 개들이 뒤엉켜 있었다. 개농장 업주는 인근 시장에서 내다 버린 생선 찌꺼기 등 음식물 쓰레기를 돈을 받고 수거하며 개에게 사료로 주고 있었다.

집단 사육이라는 특성상 개농장의 '항생제 오남용'도 비일비재 하다. 동물협회 관계자들은 농장주들은 개들이 집단 폐사할 가능성을 우려해 한 마리만 병에 들어도 사료에 항생제를 섞여 전체에게 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총괄과 관계자는 "축산업에서는 소 돼지 닭 등은 위생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높은 기준으로 바꿔나가고 있지만 개고기는 개농장 자체를 인정 하지 않고 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당장 주도해서 할 수 있는 힘은 없다"고 말했다.

◇'개고기'는 식품이지만 '개'는 축산물 아냐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르면 개는 '가축'에는 포함되지만 식용견 사육은 '축산업'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축산물의 경우 법률에 명시된 이외의 부분은 식품위생법을 따른다'고 명시돼 있어 개고기는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이다.

축산법상 식용견을 키우는 것 자체로 규제할 수는 없지만, 식탁에 오른 '개고기'는 위생 점검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를 근거로 2008년 서울시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한 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 단속'을 벌였다. 많은 개고기 식당들이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만큼 현행법으로 단속할 근거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음식점 위생 단속 차원에서 개고기를 관리하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일반 축산물은 '원산지 표기', '유통기한 준수' 등 일정한 관리 범주가 있지만 개고기는 모든 유통 과정이 음성적으로 이뤄져 '이력'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개고기 위생 단속'이 '사실상 인정'이라는 시각도 있어 섣불리 다가가기도 어려운 상황.

서울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정부나 시 차원에서 관여하면 식용이 합법적인 시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면서 "닭고기나 삼겹살 처럼 일반음식점 차원에서 점검을 나갈 수 있지만 개고기만 특별히 단속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고기 유통 관련 업자들은 '세금'에서도 자유롭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60제곱미터 이상 규모의 개농장은 폐수처리시설을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개농장은 거의 없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개고기가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업자들이 축산농가를 등록하거나 도축허가를 받는 경우가 없다"면서 "불법건축물과 오폐수 처리 위반 사례도 거의 단속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산물 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면 다른 위반 사례들이라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전국 개농장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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