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우려 고조...월가에선 '뱅크런' 대비

美 디폴트 우려 고조...월가에선 '뱅크런' 대비

김신회 기자
2013.10.04 08:37

FT, 월가 대형은행들 현금 확보 비상...매일 긴급회의도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자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현금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미국 은행들이 디폴트 공포 속에 현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10대 은행 가운데 2곳은 FT에 미국 정치권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던 2011년 8월 마련한 각본을 다시 꺼내들었다고 귀띔했다.

한 은행의 고위임원은 패닉상태에 빠진 고객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할까봐 평소보다 20-30% 많은 현금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들도 현금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까봐 여윳돈을 확보해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최대 25만달러까지 예금을 보장해주지만 디폴트 공포가 커지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최근 비상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매일 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은행권의 우려만큼이나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미 여러 차례 오는 17일이면 국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가 그 때까지 연방정부의 법정 부채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미국은 더 이상 차입을 할 수 없어 빚을 갚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정부폐쇄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 국면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새해 예산안에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예산을 반영할지를 두고 다툰 끝에 일어난 셧다운 사태는 이날로 사흘째 이어졌다. 정치권의 교착상태가 부채한도 증액 시한까지 이어지면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채무상환 능력을 의심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현실이 되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2011년 8월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 과정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을 때도 국제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미국 의회의 갈등이 전 세계에 무시무시한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한 정례연설에서 "연방정부 폐쇄도 충분히 나쁜데 부채한도 증액 협상 실패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일은 가능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날 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디폴트는 유례없는 일로 신용시장 냉각과 달러 가치 폭락, 미국 금리 급등 등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파장이 전 세계로 퍼져 2008년 이상의 금융위기나 경기침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신용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1년짜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54bp(1bp=0.01%포인트)로 전날보다 14bp가량 올랐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내는 미국의 경제신뢰지수(ECI)도 이날 -32로 한 주 전보다 10포인트 더 하락했다.

갤럽의 ECI는 +100에서 -100까지 매겨지는데 +100에 가까워질수록 경제전반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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