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남성이 정부를 비판하며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해 숨진 가운데 경찰이 발표한 자살 원인에 대해 유족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40대 남성의 자살 배경에 경제적 이유가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유족들은 이같은 경찰의 설명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과 박석운 한국 진보연대공동대표 등은 2일 오후 2시30분 서울 영등포구 한국성심병원 고 이남종씨(41)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발표한 보도자료는 유서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고의적 진상 왜곡의 결과"라고 말했다.
박 대표 등은 "유가족의 정식 의견 청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찰 측이 보도자료를 냈다"며 "유서 상에는 신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없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찰은 유류품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이는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연시키려는 행동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생활고 비관에 따른 보험 사기라는 일부의 지적에는 반박했다. 이들은 "동생에게 보험 명의를 돌린 것은 동생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과 상관없이 동생이 직접 사고 당했을 때 혜택 받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일 이씨가 분신 전날 보험회사를 방문해 이씨 명의의 보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꿨으며 휘발유통과 압축연료, 플래카드 등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해 분신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이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 독촉과 어머니 병환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분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2장 분량의 유서가 공개됐다. 유서에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중략) 공권력의 대선 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중략) 여러분,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가족에게 보낸 다른 유서에는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형과 동생에게 "짐을 지우게 해서 미안하다"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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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35분쯤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른 후 1일 오전 7시55분쯤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이씨는 분신 당시 고가도로에 '박근혜 사퇴''특검 실시'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