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전' 아닌 '혐오' 경쟁으로 가는 지방선거

[기자수첩] '비전' 아닌 '혐오' 경쟁으로 가는 지방선거

김효정 기자
2026.05.18 05:00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5.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5.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성매매 요구를 한 건가. 그것만 답하면 된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30년 전 사건을 두고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답하고 묻는 국회의원과 취재진 입에서 '성매매'라는 단어가 여과없이 오르내린다. 공방은 국민의힘의 의혹 추가로 확산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과거 폭행 논란에 유흥업소 여종업원과의 외박 요구 의혹이 더해졌다. 야권의 공세는 하루 만에 폭로전 양상으로 번졌다. 피해자 육성 증언까지 공개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상호와 사진까지 등장했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인지, 30년 전 사건의 재심인지 유권자들은 헷갈려 한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 범여권 후보들 사이에서 진흙탕 싸움이 오간다.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김용남 민주당 후보의 과거 세월호·이태원 참사 발언 등을 문제 삼자 김 후보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선 하정우 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손털기'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낙상 카메라 기자 외면 의혹이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공격 대상이 됐다.

'폭로·비방전'은 네거티브 선거 공학 측면에선 효율적이다. 한 줄짜리 의혹 제기와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강한 주목도를 얻을 수 있다. 편집된 짧은 영상은 상대방의 부정적 이미지를 쉽게 각인시키고 유권자들의 혐오를 키운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격전지에선 더 그렇다. 승패의 키를 쥔 중도·무당층에 '더 나쁜' 상대 후보를 배제하고 '덜 나쁜' 우리 진영 후보를 선택하라는 강요다.

문제는 혐오 경쟁에 가려진 정책·능력 검증과 유권자들의 미래다. 자극적인 단어와 영상 속에서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 공약은 묻힐 수밖에 없다. 서울시민은 30년 전 사건에 갇히고, 부산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닌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고민한다. 유권자들이 참고해야 할 건 오래된 과거 사건의 디테일과 편집된 몇초짜리 장면만이 아니다. 내 삶과 지역의 미래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가가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겨우 2주 남짓이다. 상대 후보의 과거를 들추기 보다 미래 정책 비전으로 승부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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