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대학 등록금심의위 "학생들 빼놓고…"

'빛좋은 개살구' 대학 등록금심의위 "학생들 빼놓고…"

서진욱 기자
2014.01.03 15:15

회계자료 미제출 행태 여전… "학생위원 비율 50% 이상으로 늘려야"

올해부터 사립대학들이 예·결산을 할 때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의 심사 및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2월 말까지 대학별 등심위는 2014학년도 등록금 심사와 예·결산 심사 및 의결을 실시한다.

지난해 7월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사립대학들은 예·결산을 할 때 반드시 학생이 30% 이상 참여하는 등심위 심사뿐 아니라 의결도 거쳐야 한다. 등심위 권한을 확대해 사립대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고,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등 제재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까지는 등심위 심사·의결이 없어도 예·결산이 확정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작 대학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전진희 대학교육실장은 "여전히 예·결산 심의를 위한 자료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생위원 비중 자체가 적어 이들을 배제한 채 진행한 뒤 의결하면 그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등심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예·결산 관련 회계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대학들의 행태는 등심위 파행을 불러왔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자료공개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 없이 권고적 효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한대련에 따르면 올해도 서울 주요 대학에서 회계자료 제출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실장은 "최소한 학생위원이 전체 등심위 위원 중 절반을 넘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학생위원을 배제하고선 의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심위에 예·결산 의결권을 추가로 부여했기 때문에 법적 권한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 등심위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등록금을 책정하는 본연의 역할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결산 의결권 부여는 큰 의미는 없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대학이 학생들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이 바뀐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관련 법을 개정해 학생회를 법적기구로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이 3.8%로 결정됨에 따라, 대학별 등심위는 2월 말까지 상한선 밑으로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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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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