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신생아 손 같아요"
네일 아트를 처음 받느라 긴장으로 뻗뻗하게 굳어있던 아수라의 손가락을 잡은 네일 아티스트의 첫 마디에 친구 B양은 웃음이 빵 터졌다.
'살결이 아기 살처럼 부드러워요, 손가락이 얇고 곱네요' 류의 칭찬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생겼다는 놀림도 아닌 이른바 '신생아 손'의 정체를 알 수 없던 아수라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가 네일은 처음 받아보는데, 그래서 그런가요?" 눈을 반짝이며 '신생아 손'의 의미를 캐묻는 아수라에게 아티스트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손님 손이 그냥 신생아 손 느낌이에요"
칭찬인지 아닌지 도무지 가름할 수 없던 아수라는 다시 손가락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기로 했다.대학시절 공강만 생기면 학교 앞 네일 숍으로 쪼르르 달려가 시간을 보내곤 했던 B양과 달리 난생 처음으로 네일 숍에서 네일아트란 것을 받게된 아수라는 영 어색했다.
사실 아수라는 네일아트를 '사치'라고 생각해왔다. 매니큐어를 잘 바르지도 않지만 매니큐어는 3~4천원 짜리로 몇 번 슥슥 바르면 그만이라는 게 아수라의 지론이었다.
그런 아수라를 B양이 꼬셔낸 것이다. '너도 한 번 받고 나면 이 매력에 헤어나질 못할것'이라는 네일아트 신봉자인 B양의 사탕발림(?)에 속아주는 셈치고 따라나선 것이다. B양에게 네일아트가 곧 네일테라피요, 힐링이다. 자주 가는 홍대앞 네일숍만 대여섯 군데에 오래된 단골 네일 숍을 갈 때면 컵케익과 커피 등 간식거리 챙기기를 잊지않는 B양에게 네일 숍 은 마치 동네 친한 언니네 집 같았다. 손톱 관리만 받으러 간다기보단 친한 언니 얼굴보러, 수다 떨러 가는 것처럼 보인달까?
다년간의 네일 숍 나들이로 손톱 관리가 잘 되어 있는 B양과 달리 아수라의 손톱 상태는 거의 재난의 수준이었다. 손톱은 항상 바짝 깎았고 그 마저도 아무렇게나 잘라 손톱이 깨지거나 뜯어져 있었다. 손톱 기초 관리를 시작한 아티스트가 계속 안타까움으로 혀를 차자 아수라는 민망함이 몰려들었다.
아티스트는 먼저 손톱을 가지런히 깎았다. 그녀는 '손톱을 자를 때는 유의해야 한다'고 아수라에게 귀띔했다. 손톱은 여러 층으로 이뤄져있어 거칠게 손톱을 깍게되면 여러 층으로 갈라지거나 깨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어 도구를 이용해 아수라의 손톱면을 하나하나 밀기 시작했다. 일명 푸싱(Pushing)작업이었다. 울퉁불퉁한 손톱면을 밀어내 맨질맨질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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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큐티클 제거할 때 피날 것 같은데..."
'피?' 피라는 말에 아수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간혹 니퍼 모양의 도구로 큐티클을 제거할 때 피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른바 '신생아 손'인 아수라의 손이 딱 그런 손이라는 것이다.
니퍼모양의 큐티클제거기가 아수라의 손가락들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손톱 주변에 자라났던 큐티클 수거에 나서자 곧 큐티클 제거기가 큐티클들로 가득 찼다. '윽 그동안 저렇게 많은 큐티클을 몸에 지니고 살아왔다니' 괜스레 창피해져 슬며시 B양의 손톱을 엿봤다. 역시나 마찬가지. B양의 큐티클 제거기에도 큐티클을 한움큼 쌓여있었다.
큐티클 정리가 끝나자 마무리로 단백질 성분의 오일을 손톱에 발랐다. 손톱도 일종의 피부이기 때문에 보습제로 수분관리를 해줘야 한단다. 기초관리만 했을 뿐인데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손톱에서 광택이 났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특히 큐티클이 사라져 손톱이 한층 더 길어보이는 게 좋았다.
"넌 어떤 색으로 할거야? 난 빨간색. 언니, 이런 빨간색 있어요?" 역시 B양은 네일숍 고수다웠다. 미리 칠하고 싶은 색깔의 네일컬러 사진을 스마트폰 이미지로 저장해온 것이다. "음, 이 색은 빨간색에 오렌지색이 들어간 레드오렌지 색인 것 같은데요? 그럼...아 여기 이 아이에요"
B양이 단숨에 컬러를 정하고 색칠 단계에 돌입하자 어떤 색을 할 지 고민에 빠진 아수라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민트색? 노란색? 어떤 색이 좋으려나?'
간절하고 불쌍한 눈으로 B양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B양은 선심쓰듯이 보라색을 추천했다. 며칠전 아수라가 보랏빛의 립스틱이 사고 싶다고 했으니 보라색으로 손톱을 칠하고 보라색 립스틱을 바르라는 것이다. '보라돌이도 아니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딱히 마음에 둔 컬러가 없었던 아수라는 보라색 매니큐어를 골랐다. 베이스코트도와 탑코트도 빠짐없이 바르고 전문가의 손길로 꼼꼼하게 컬러를 입히자 아수라가 슥슥 몇번 바르고 말때와 다르게 윤택이 도는 네일이 완성됐다. 네일 위로 아수라의 얼굴이 비치기까지 했다.
'네일 테라피, 힐링 효과란 이런 것일까?' 반신반의하며 네일 숍을 찾았는데 왜 B양이 그토록 네일숍에 열광했는 지 알 것 같았다. 마치 새 원피스를 사 입고 자신감이 생기듯 손톱을 잘 관리하자 활력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1만8천원이란 네일비용도 아깝지 않았다.
요즘은 남자들도 큐티클 정리와 보습관리를 위해 네일 숍을 찾는다고 하는데 다음번엔 남자친구와 함께 와볼까? 카톡으로 남자친구에게 완성된 네일아트 사진을 자랑스레 보내며 아수라는 다음번 데이트 장소를 네일숍으로 정했다.
'싫다고 하겠지만 너도 이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