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에 사라지는 학과들①]의견수렴 없는 학과 통폐합…극심한 갈등 야기

최근 대학가에 학과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치면서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학내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본부 측 결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해당 학과 구성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14일 충남 천안시에 소재한 남서울대학교의 운동건강학과 학생회에 따르면 남서울대 본부측은 일방적으로 운동건강학과 폐지를 결정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쳐 해당 결정을 철회했다.
앞서 본부 측은 지난달 26일 별다른 설명 없이 운동건강학과를 폐지하고 운동처방재활학과로 전환하기로 통보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14학번 신입생이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폐과를 결정해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학과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졸업생들은 '남서울대 운동건강학과 폐과 반대 졸업생 모임'을 꾸려 재학생들을 지원했다. 결국 본부 측은 지난 7일 운동건강학과 명칭을 스포츠건강관리학과로 변경하고 보건의료복지계열로 옮기되, 정원 및 교과과정은 유지하겠다면서 폐과 방침을 철회했다.
서울 소재 사립 전문대인 서일대학교에서는 본부 측이 연극과·문예창작과·사회체육골프과 등 예체능계열 학과를 공업계열 학과와 통폐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갈등을 겪고 있다. 당초 해당 학과들을 없앨 계획이었으나, 학내 반발을 감안해 공업계열 학과들과 통합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문예창작과 재학생 80여명은 학과 통폐합 철회를 촉구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수업 거부에 들어갔고, 같은 달 31일에는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준호 문예창작과 학회장은 "대학 측은 하루 만에 폐과를 결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수 차례 총장실, 학생지원처, 기획처 등을 방문해 면담을 요구했으나 다른 부서로 떠넘기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총장과 만나려면 정식으로 건의서를 내라고 해서 7일에 제출했다"며 "총장과 9일 만나기로 했는데, 당일에 갑자기 바쁘다는 이유로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문창과 학생들은 향후 학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감사원과 정부청사 등에서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처럼 대학 경영진 쪽에서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예체능계열 학과들을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미 청주대 공연예술전공, 배재대 칠예과, 동아대 무용학과, 계명대 서예학과 등이 대학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폐과됐다. 교육당국의 대학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예체능뿐 아니라 인문·자연계열 학과들도 통폐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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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학 구성원들은 학과 통폐합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한국예술대학·학회총연합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7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천명한 '대학평가 시 인문·예체능계열 취업률 제외 방침'은 9개월이 지난 지금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올해 모든 대학에 휘몰아친 정원 축소 및 구조조정 광풍 속에서 취업률은 예외 없이 모든 예술계 학과들의 목을 옥죄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장관과 차관을 즉각 해임하고, 취업률 평가 정책을 당장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가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부터 인문·예체능계열은 취업률 평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2023년까지 대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상 낮은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한 방향으로 학과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기존에 중요하게 다뤄졌던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예체능 및 인문계열 학과들을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