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전]②다음 출신 3인방이 창업한 '카페인'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엔씨소프트 등 억대 수준 연봉을 받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나섰다. 보통의 카이스트, 서울대 출신 인재들이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과 다른 길을 걷기 위해서다. 자동차 관리·정비 서비스업체 카페인(carffeine)을 창업한 안세준 공동대표(35), 김형진 공동대표(37), 강윤신 최고기술책임자(CTO)(33) 등이 그 주인공이다.
◇다음 뛰쳐나와 창업
최근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발표로 시가총액 4조원대의 공룡IT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할 기회를 일찌감치 날려버렸지만 이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좀 더 일찍 퇴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다음을 떠난 안 대표는 "개발자로 15년간 지내면서 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장님에게 팔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며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돈 많이 받고 일했더라도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을 해준다는 것이 허무했다"고 말했다.
강 CTO는 2010년 다음에서 퇴사하고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욕심만큼 개발할 수 있는 회사를 찾기 위해 10번의 이직을 반복했다. 그는 "조금만 더 개발하면 좋을 것 같은데 회사가 원하는 만큼만 해야 했다"며 "웬만한 IT기업은 모두 다녀봤지만 내 욕심을 채울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어 창업에 합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 창업에 나섰다"는 김 대표는 2010년 다음 재직 시절 직장을 포기하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창업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그 이후로 창업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카페인으로 3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하는 순간, 기다려왔다
카페인(carffeine)은 '자동차(car) 폐인들(중독자들)'이란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그만큼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현대자동차 미국지사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 대표는 모르는 자동차 디자인이 없을 정도다. 활자중독 성향인 강 CTO는 연비 등 각종 데이터‧통계 자료에 집착한다.
대학생 시절 자동차 부품을 모두 뜯어봤다는 안 대표는 자동차 튜닝에 관심이 많다. 튜닝 정보 공유 아이템으로 2002년 창업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아 이내 포기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선 휴대용 컴퓨터 시대여야 했지만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이었다. 그는 "거의 12년을 기다린 끝에 창업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와 강 CTO를 만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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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온 과잉 정비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관리‧정비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객의 자동차를 점검한 뒤 각 부품 상태, 교체주기 등의 상세한 정보를 사진, 동영상 등을 곁들여 솔루션을 제시한다. 자동차 지식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문제가 없으면 정비를 하지 않고 돌려보낸다. 다른 곳에서 정비를 받더라도 점검받은 자료를 참고하면 바가지를 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치가 다른 돈 벌고 싶어
지난해 8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한 이들은 6개월 만에 첫 매출을 올렸다. 그동안 카페인은 판교 등 직장인 밀집 지역을 돌며 무료로 자동차 점검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이 일하는 동안 주차장에서 점검하는 출장 서비스도 선보였다. 조금씩 신뢰가 쌓이자 지난 1월 유료 서비스 가입자 90명이 확보됐고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까지 회원 2000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낮에는 영업, 밤에는 개발하느라 퇴근 시간은 매일 새벽 2시를 넘기기 일쑤다. 직장에 소속 돼 개발자로 일하던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강 CTO는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개발할 수 있고 그 결과물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남의 일을 해주고 받는 돈과 내 일을 위해 노력해 얻은 돈은 똑같은 1만원이라도 여기에 담긴 가치가 다르다"며 "지금은 무보수 대표이사지만 적더라도 가치가 다른 돈을 버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서울권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점점 지역을 넓혀 나가고 싶다"며 "고객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착한 자동차 정비소'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