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방학하는 일주일이 실제 방학기간…성수기와 겹쳐 휴가비 부담 증폭

#초등학생, 중학생 두 자녀를 둔 공무원 A씨(46)는 곧 다가올 여름휴가를 떠올리면 눈살부터 찌푸려진다. 교통체증에 바가지 상혼,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대 휴가가 아닌 '전쟁'을 치를 것이 눈에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최고 성수기인 8월초를 벗어나 휴가 날짜를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불가능한 꿈이다. 아이들 학원 방학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다. 8월초의 경우 비용, 예약 부담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해외로 갈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공무원 신분이 마음에 걸려 포기했다. 정부가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해외금지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국내여행 확대를 통한 내수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주변 현실을 고려하면 학부모들에겐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학원가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 학원들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일주일 남짓한 방학을 실시한다. 정규 강의와 여름방학 특강 등 일정을 감안하면 강사와 직원들이 한꺼번에 휴가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겐 학원방학이 장기간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지만, 휴가지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성수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학부모 B씨는 "성수기인 학원방학 기간에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지출 규모가 너무 크다"며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럴 바엔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낫겠다'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포대와 해운대, 대천해수욕장 등 주요 휴가지의 펜션 가격은 성수기에 비수기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경포대의 한 펜션은 평소 8만~9만원(1박2일)을 받다가 7월 말~8월 초엔 '극성수기'란 이유로 방값을 최대 25만원까지 올렸다. 대천해수욕장의 한 펜션은 방값뿐 아니라, 인원 추가에 따른 비용도 한 명당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올려받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인 휴가지 물가를 고려하면 비수기에 비해 3배 넘는 휴가비를 감수해야 한다.
독자들의 PICK!
휴식을 위한 방학마저 자녀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활용하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도 여행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방학기간마다 운영되는 각종 특강들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며, 방학을 맞아 입시컨설팅업체를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방학이 끝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수시 원수접수가 시작되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의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보통 학원방학이 몰리는 7월 말~8월 초에 자녀의 대입 컨설턴트를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이 기간이 수능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중요한 만큼 상담에 논술, 입학사정관 컨설팅까지 합치면 1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체험활동을 하는 건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방학 때 차차기 학기 공부를 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여행을 가겠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빡빡한 초·중·고교 교육일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며 "며칠 여행을 다녀와도 학교공부를 따라가는 데 부담이 없는 현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