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수집 금지 이후 3개월]해외 개인식별번호 변경 자유로워

정부가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 내세운 '마이핀(My-PIN)'은 아직까지 오프라인 사용이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발급 수는 111만건 정도에 그치는데다 사용처도 36곳 밖에 되지 않는다. 1회 이상 사용률도 2~3% 수준이다.
마이핀은 이미 온라인에서 본인확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아이핀(I-PIN)의 오프라인 버전이다. 13자리의 무작위 번호로, 필요에 따라 연 5회까지 번호를 바꿀 수 있어서 유출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난 8월 마이핀을 발급받은 박모씨(29)는 "아이핀을 사용하던 중에 우연히 마이핀 제도를 알게 되어 발급받았지만, 실제 매장 등에서 마이핀을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휴대전화나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도 많은데다 마이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이핀을 발급받은 후 마이핀을 발급받는 과정이 번거롭고 홍보도 잘 되지 않아 기존 메일, 휴대전화 인증 등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안행부는 포스터 및 유인물 배급, 인터넷 만화 웹툰 제작 등을 통해 마이핀을 홍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핀 제도는 또 하나의 주민번호제도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적으로도 민간 영역에서 본인 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정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하는 곳은 흔치 않다. 대체로 개인식별번호를 조세, 사회보장 등 제한된 공공행정업무에만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캐나다의 사회보험번호는 캐나다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거나 정부 프로그램으로부터 혜택 및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개인에게 주어진다. 주로 소득세 징수, 벌금부과, 실업급여 등 특정한 행정업무에만 사용된다. 스웨덴에서는 출생신고와 동시에 개인확인번호가 부여되는데 이는 조세, 사회보장, 병무행정 등 공공분야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또한 외국의 경우 개인식별번호 변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본은 '주민표 번호'제도를 운영하는데 이는 주민의 청구에 의해서 언제든지 새 번호로 변경할 수 있다. 미국은 사회보장번호는 오용으로 인해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면 새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다. 또 가정폭력과 같이 학대를 받거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도 새로운 번호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독일은 신분증에 각종 번호(접근번호, 일련번호 등) 개인 인적사항은 일체 담지 않아 분실시 정보 유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다만 발행관청, 발급일, 유효기간, 접근번호, 일련번호 등을 자동인식기로 읽을 수 있도록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