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정권 무너져"…최경환 부총리 '패닉'

"이대로 가면 정권 무너져"…최경환 부총리 '패닉'

이현수 기자, 박경담
2014.12.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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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사상 첫 자동부의제 적용 '2015년 예산안' 통과 현장 재구성

[편집자주]  2015년도 예산안이 12년 만에 법정 기한 내에 처리됐지만 고비도 많았다. 특히 여야 합의로 부의된 상속증여세법이 부결된 '이변'은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 정착을 위한 '숙제'를 던져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이 다가오면 여야는 이날의 상황을 '복기'할 수 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은 자동부의 적용 하에 처음으로 예산안 처리가 이뤄진 2일 본회의를 전후한 상황을 재구성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2인, 찬성 114인, 반대 108인, 기권 40인으로 부결되고 있다.사진=뉴스1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62인, 찬성 114인, 반대 108인, 기권 40인으로 부결되고 있다.사진=뉴스1

"어? 어어~??"

지난 2일 오후 7시40분 국회 본회의장. 순조로웠던 표결은 '상속및증여세법 개정안'에서 급반전했다.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소신투표'에 의해 부결된 것.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표결 전 반대토론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체 법인 51만여개중 상속세를 정상적으로 내는 기업은 714개만 남는다"며 급격한 상속공제한도 확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김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 일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분위기가 술렁였다.

'설마'도 잠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본회의장 사방에서 고성이 터졌다. 수정안에 이어 정부안까지 부결되면서 기획재정부와 여당지도부는 패닉에 빠졌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당황하긴 야당 지도부도 마친가지였다.

회의장 분위기는 후속 안건의 통과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바로 다음 안건은 담뱃값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이마저 부결되면 예산부수법안들을 징세근거로 하는 내년 예산안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술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대토론이 진행됐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법 개정안 표결 직전 '정회'를 선포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 긴박하게 정회 요청

정부여당이 '멘붕' 상태에서 빠진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행동에 들어간건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다. 그는 분위기를 직감하고 급박하게 의장석으로 달려가 정회를 요청했다.

의사국장을 통해 보고받은 정 의장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자, 김 수석은 다시 재빠르게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표에게 달려갔다. 정 의장은 우윤근 원내대표의 동의 의사를 확인하곤 30분 정회를 선포했다.

◇최경환 '여긴 어디 난 누구'

상속및증여세법 수정안이 본회의서 부결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곧이어 정부 원안까지 부결되자 "이게 무슨일이냐"고 비명에 가까운 외마디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최부총리는 본회의 정회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장으로 달려갔다.

상증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잘못 이해된 측면이 있다. 부자 상속세를 면제하는 차원이 아니다"고 말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렇게 되면(예산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현장에 있던 의원들에게는 '정윤회 사건'으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예산안마저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는 절박감으로 받아들여졌다. 최부총리의 호소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후 법안부터는 이견이 있더라도 '찬성'표결하는 것으로 당론이 정해졌다.

최 부총리는 속개 직후 진행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표결부터는 '의원석'에 앉아 '겸직의 묘'를 살렸다. 그는 배당소득 증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내년도 예산안 표결에도 참여해 부지런히 찬성표를 던졌다.

8시40분 속개된 본회의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1시간여 앞둔 11시쯤 마무리됐고, 그제서야 여당 지도부와 최부총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황우여 "이한구 의원이…"

상증세법 개정안에 반대한 여당 의원들 중엔 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도 있었다. 최 부총리와 김무성 대표의 직접적 물음에 황 부총리는 "이한구 의원이 (반대)하라고 했다"며 발을 뺐다. 황 부총리과 이 의원의 본회의장 자리는 나란히 붙어있다.

이 의원은 기자에게 "내 옆자리에 (황 부총리가) 앉아가지고 덮어 써버렸지. 그러나 잘한 거잖아"라며 "그건 그래서 내가 잘했다고, 나중에 선거 나가면 표는 많이 올 테니깐 걱정 말라고 했어"라고 말했다.

반대한 이유에 대해선 "상속세를 고친 지 1년밖에 안됐는데, 정부가 기준을 또 완화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일본은 50년, 100년 되는 기업이 받는 혜택을 우리나라는 5년만 유지하면 받게되는 것이어서, 전형적 부자감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성걸 "정희수 위원장이…"

상증세법 개정안이 표결에서는 김관영 의원의 반대토론만 있었을 뿐 '찬성 토론'이 없었다.

원래 예정된 찬성토론자는 국회 기재위 소속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었지만, 그는 본회의 당일 당의 요청으로 토론을 하지 못했다. 여야 합의로 통과가 기정사실인 마당에 굳이 찬성토론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상황이었다.같은 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 5일 한 라디오에서 "토론자로 무려 20명이 신청했다"며 "발언을 다 했다간 예산통과 시한을 넘길 수도 있어 찬성토론 하려는 여당 의원들을 자제시켰다"고 말했다.

부결 직후 당황한 류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허 참, 정희수 기재위원장이 기권을…"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찬성토론을 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감에 충격이 더 컸을 거라는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평가다.

◇정희수 "잘~했어! 만루홈런이야!!!"

국회에는 본회의장 토론 발언이 끝난 직후 '잘~했어!"라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전통이 있다. 김관영 새정치연합 의원이 상증세법 개정안 표결에 앞서 논리 정연한 반대토론을 마치자, 의원석의 야당의원들에게서 격려가 터져 나왔다.

격려는 다음날 '적'으로부터도 이어졌다.

기재위원장인 정희수 의원은 이튿날인 3일 국회 한 토론회에 참석, 김관영 의원과 마주치자 "잘~했어, 만루 홈런이야!"라고 말을 건넸다. 정의원은 여당 중진이면서도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당론과 다른 '소신'을 지켜왔다. 정의원은 전날 상증세법 개정안 수정안·원안에 모두 기권, '이변'에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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